공공조달 시장 中企 64% 차지
정부, 사고 이력에는 감점 부여
안전관리 실적은 평가서 제외
기업 안전 분야 투자 늘리도록
정부 규제 중심 제도 개선해야
지방 한 중소기업 공장 내부 전경. 사진=강경래 기자
중소기업이 과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공공조달 시장에서 안전관리 우수 중소기업에 대해 가점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사고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이 없이 사고 이력에 감점을 부여하는 현재의 규제 중심 제도를 개선해 산업안전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의 물품 다수공급자계약(MAS) 기준을 보면 적격심사 항목에는 사고 이력이 감점 요소로 명시돼 있지만 무사고 기록에 대한 가산점 기준은 없다.
인천의 한 자동화부품 제조기업 대표 A씨는 "산업재해 예방에 수년간 투자해왔지만 정작 정부의 공공조달 계약에서는 아무런 보상이 없다"면서 "무사고로 5년째 공공기관 납품을 해도 평가표엔 점수 한 줄 없는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정부 정책이 '재해 예방은 의무'라는 규제 중심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조달청의 '2023 공공조달 통계연보'에 따르면 공공조달 계약실적에서 중소기업은 64.6%(134조8000억원)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계약 심사기준에서 사업장 안전관리 실적은 평가항목에서 제외되거나 감점만 규정하고 있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불이익은 있고 보상은 없는 고전적인 규제 행정의 틀"이라며 "안전 투자 유인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월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안전관리 책임을 떠안은 중소기업 대표들의 안전에 대한 민감도는 높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정작 그 노력을 인정해주는 보상 체계가 빈약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최근 중소기업중앙회는 제21대 대선 후보자에게 전달한 100대 정책과제 중 하나로 '공공조달 계약 시 무사고 기간에 따른 가산점 부여'를 명시했다.
중소기업이 자발적으로 안전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규제 병행 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한 금속가공업체 대표는 "설비 투자를 통해 7년 동안 단 1건의 재해도 없었지만 공공입찰에서 불량률 0.1%만 반영됐다"며 "안전관리도 수치화해 경쟁력으로 인정해달라"고 강조했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 안전을 강화하는 방안이 확산하는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적절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도 맥락이 맞닿아 있어 'S' 항목에 무사고 기업 가산점을 넣는 방식으로 제도화하는 등 처벌 중심의 정책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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