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가장 빠르게 원전 선회
찐 총리 "韓과 적극 협력 원해"
외교가에선 "이례적 관심" 평가
필리핀·인니·태국 등도 재가동
K원전의 강력한 파트너 급부상
UAE 송전망 계통연결에 성공한 바라카원전 4호기 한전 제공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기자】 "지난달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의 회동에서 찐 총리의 깜짝 발언만 보더라도 베트남이 한국 원자력 발전에 얼마나 관심 있는지 알 수 있다."
하노이 현지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베트남 지도부에서 한국과의 원전 협력을 강력히 원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한국전력을 비롯한 '팀 코리아'의 베트남 원전 수주 가능성에 대해 높다고 했다. 찐 총리는 지난달 16일 조 장관과의 회담에서 "신규 원전과 관련해 한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한국을 콕 찍어 발표한 바 있다. 현지 외교가에서도 모두발언으로는 "아주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13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 지역이 급속한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세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 에너지는 기후 변화 위기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연이은 원전 발주 가능성에 아랍에미레이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경험이 있는 '팀 코리아'에게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 최고의 파트너 되나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원자력으로 선회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베트남 정부는 2050년까지의 비전을 포함한 2021~2030년 국가전력개발계획(PDP8) 개정안을 승인했다. 개정안은 원자력을 수년 만에 PDP에 재편입시켰다. 베트남 정부는 2030~2035년까지 4000~6400㎿ 용량의 상업용 원전 도입하고, 2050년까지 1만500~1만4000㎿로 확대할 방침이다.
첫 원전 건설도 가시화하고 있다. 13일 외신에 따르면 베트남과 러시아가 공동 성명을 통해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관한 협정을 신속히 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2009년 베트남은 첫 원전 사업인 닌투언1·2원전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닌투언 1·2원전 프로젝트는 원자로 2기씩 총 4기로 발전 용량이 4.8GW에 달했다. 당시 러시아 로사톰과 일본 원자력발전주식회사가 닌투언1·2 프로젝트를 각각 89억달러(약 12조7000억원)에 수주하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돌연 계획을 중단시켰다. 그러나 수년째 전력공급 부족으로 대규모 정전사태가 잇따르자 베트남 정부는 지난해 원전 재개발로 선회했다.
한전을 비롯한 '팀 코리아'도 수주전에 뛰어든 상태다. '팀 코리아'는 닌투언2프로젝트 수주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베트남과 러시아의 원전 협정은 당초 러시아에게 우선협상권이 있었던 닌투언1프로젝트다. 또, 2011년 한전이 사전타당성 조사를 한 베트남 중부 지역 원전 프로젝트 재개 여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달 한-베 산업공동위원회에 참석해 베트남 정부와 산업계 고위 인사들과 면담하고 원전 사업 참여 의지를 적극 표명했다. 공동위 이후 양국은 원전 협력 등을 포함한 3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광폭행보에 나섰다. 지난 2월 한국·베트남 산업장관 회담에서도 주요 의제는 원전이었다.
■필리핀·인니·태국도 원전 확대
필리핀도 원전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2032년까지 최소 1200㎿ 용량 상업용 원전 가동을 시작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10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필리핀 국빈방문을 계기로 지난 40년 동안 가동을 멈춘 필리핀 바탄 원전 운영을 재개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를 한국수력원자력이 맡게 되면서 동남아 원전 시장 본격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필리핀 정부가 바탄 원전 가동을 재개하기로 결정하면 '팀 코리아'의 수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도 에너지 안보와 탄소 배출 감축을 목표로 원자력 발전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2030년까지 첫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에 나선 태국은 지난 3월 한국과 '한-태국 원자력 협력협정'을 맺었다. 이로써 태국은 한국과 원자력 협력 협정을 체결한 30번째 국가가 됐다.
양국은 △원자력 연구·기술 개발 △원전 및 연구로 건설·운영 △방사성 폐기물 관리 및 원자력 안전 등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한편, IEA는 'Southeast Asia Energy Outlook 2024' 보고서를 통해 2035년부터 동남아시아에서 최초 원전이 가동될 것으로 예상하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 이를 주도 할 것으로 전망했다. IEA는 2050년까지 동남아시아의 원자력 발전 용량이 최대 13GW에 이르는 등 원전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봤다.
rejune1112@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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