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확실성 커져 동력 상실
출범 당시보다 거래량도 97%↓
기업 공시 단기 주주환원에 집중
자본 효율성·성장성 등 반영해야
큰손 연기금의 적극적 참여 필수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정부가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야침차게 밸류업 ETF를 출시했으나, 정치적 불확실성에 동력을 잃고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으면서 거래가 점점 말라가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KODEX 코리아 밸류업' ETF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3억9800만원으로 집계됐다. 밸류업 ETF가 출시됐던 지난해 11월 175억7500만원 수준이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12월 55억2200만원, 1월 38억8400만원, 3월 7억8600만원으로 꾸준히 줄어들었다. 지난해 11월과 이달을 비교하면 무려 97.68% 감소한 수치다.
'TIGER 코리아 밸류업'의 거래대금도 같은 기간 399억원(2024년 11월)에서 10억1400만원(올해 5월)으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이달 하루 평균 거래량은 9만9080주로, 지난해 11월 하루 평균 413만주 대비 97.60% 감소했다.
액티브 ETF의 상황은 더욱 부진하다. TIMEFOLIO 코리아밸류업액티브의 이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2억500만원이며, 하루 평균 거래량은 2만1352주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각각 91%가량 줄어든 수치다.
밸류업 ETF가 힘이 빠진 건 '밸류업 정책' 자체의 동력 상실이 자리 잡고 있다. 밸류업 시행 초기만 해도 세제혜택 등 참여 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기대됐으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밸류업 ETF가 상장할 당시에는 외국계 증권사에서도 내용을 요청할 만큼 기대감이 컸으나 현재는 정책 동력과 관심이 떨어졌다"며 "기존의 정권에서 밀고 나간 정책인 만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애매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소극적인 밸류업 공시 참여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날 기준 밸류업 본공시 기업은 144곳에 불과하다. 특히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아직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은 상태다.
신한투자증권 이정빈 연구원은 "기업들의 저조한 밸류업 공시 참여는 밸류업 정책의 확산과 실질적 성과 창출에 있어 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밸류업이 기업들의 단기적인 주주환원 그치는 것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걸림돌로 꼽힌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밸류업 본공시 기업 중 89.4%가 주주환원 관련 재무 지표를 핵심 목표 지표로 제시했으며, 자본 효율성, 성장성, 시장 평가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반영한 장기지표보다 단기적 주주환원에만 밸류업이 치우쳐진 것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국내 증시는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이날 기준 코스피·코스닥의 시가총액은 약 2514조원 수준이다.
이는 미국 애플의 시가총액보다도 낮은 수치로, 애플 한 종목으로 국내 증시 전체를 사고도 1960조원이 남는 셈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선임연구위원은 "밸류업이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주고 밸류업 지수가 활용되게 해야 한다"며 "특히 연기금이 밸류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 다시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밸류업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책 참여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며 "또 실질 공시가 기업 평가와 투자자 반응에 긍정적 효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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