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인협회 1000대 제조기업 대상 조사
64.2%, '탄소중립 정책 규제 요인 더 많다' 답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가능성 관련 한국경제인협회가 진행한 설문조사. 한경협 제공
[파이낸셜뉴스] 산업계 3곳 중 2곳은 현행 탄소중립 정책을 규제로 인식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기준 1000대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120개 가운데 64.2%가 탄소중립 정책에서 인센티브 요인보다 규제 요인이 많은 것으로 평가했다고 15일 밝혔다. 탄소중립 정책은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 원전 등의 무탄소에너지로 전환하거나 산업 감축기술 도입을 지원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점이 핵심이다.
인센티브 요인을 체감한다고 답한 기업은 4.2%에 불과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올해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제출과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 수립을 앞두고 산업계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진행됐다. 응답기업의 과반인 57.5%는 NDC 달성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달성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5%다.
한경협은 산업계 평가가 한국의 탄소집약적 산업구조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중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운 다배출 업종의 비중이 2022년 기준 약 73%를 차지하는 등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어려운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로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52.5%를 기록했다. 기업은 할당된 배출권 중 정부가 정한 일정 비율을 경매방식으로 유상 구매하는데, 현행법 제12조는 이러한 유상할당 비중 상향을 의무화 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발전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대폭’ 상향할 것을 예고했는데, 한경협은 "배출권 유상할당 비중 상향 시 배출권 구매비용 및 전기요금 인상 등에 따른 산업계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협은 산업계의 부담을 고려해 규제에서 현행 탄소중립 정책을 인센티브 중심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협은 한국과 유사한 산업구조를 가진 일본을 예로 들었다.
한경협에 따르면 일본은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참여 여부를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참여 기업은 언제든지 자유롭게 탈퇴가 가능하다. 또 기업 스스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설정하며 목표 미이행에 따른 불이익이 없으며 목표 달성을 위한 각종 금융 및 세제 혜택을 지원한다.
한경협은 국내 경제의 높은 대외 의존도를 고려할 때, 글로벌 정책 동향을 반영하여 실현 가능한 NDC 목표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NDC는 각 국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UN에 제출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로 5년 단위로 목표를 갱신해 제출한다. 한국 정부는 파리협정에 따라 올해 내 2035 NDC를 UN에 제출할 계획이다.
한경협 관계자는 "주요국은 탄소중립 정책 이행에 따른 산업 경쟁력 저하 및 탄소누출에 대비해 탄소중립 정책의 강도를 조정하고 있다"며 "대표적으로 미국은 올해 파리 기후변화 협정 탈퇴에 서명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기업들의 환경 규제로 인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옴니버스 패키지'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독일과 일본 등 주요국은 자국 기업의 이행비용 부담 완화의 목적으로 전기요금을 인하하거나, 저탄소기술 혁신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는 정책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규제에서 인센티브로의 관점 변화를 통해 경제성장과 탄소중립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