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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동남아와 이해·공감으로 파트너십 다져야"

김동엽 (사)한국동남아학회장
한국, 동남아에 배려·인식 부족
상대 이해 도울 지역 전문가 필요
日도 과거 경제적 관계로만 접근
반성 의미 '후쿠다 독트린' 발표
현지서 가장 신뢰받는 국가 등극

[fn이사람] "동남아와 이해·공감으로 파트너십 다져야"
김동엽 (사)한국동남아학회장. 김동엽 동남아학회장 제공
"한국은 한류 같은 대중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동남아시아에서 높은 선호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나라라는 것이 통계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그들은 우리 문화를 좋아하지만 우리는 그들 문화에 대한 공감대와 그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동남아 지역에 대한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

김동엽 (사)한국동남아학회장(부산외국어대 아세안연구원장·사진)은 14일 동남아 지역 전문가 양성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85학번인 김 학회장은 대학 시절 수강했던 '필리핀 정치의 이해' 과목과 1986년 필리핀 민주화 사건을 계기로 유학을 결심, 1994년부터 2003년까지 약 9년에 걸쳐 필리핀국립대에서 수학했다. 국내에서는 자타공인 '필리핀학'의 선구자로 불린다. 현재 250여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동남아 연구자 단체인 (사)한국동남아학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 학회장은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는 동남아 지역에 대한 접근에 있어 상대 지역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일본이 동남아에 대해 경제적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접근하면서 '경제적 동물'로 취급을 받아 이에 대한 반성으로 일본 정부는 1977년 '후쿠다 독트린'을 발표했다"면서 "후쿠다 독트린의 핵심 요지는 '마음과 마음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신뢰 구축이었고, 후쿠다 독트린을 통해 오늘날 동남아에서 일본은 가장 신뢰받는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김 학회장은 "국내 동남아 연구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남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데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 동남아에 대한 편견이 깊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은 우리의 연구 성과가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어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까지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남아 지역 연구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에 김 학회장은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박사가 된 후에도 여전히 생계를 걱정하는 불안정한 환경에 처한 연구자들이 많다"면서 "대학에 해당 학과가 개설되어 있지 않은 동남아 국가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매우 불확실한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 동남아 내 소외지역 연구를 위한 후속 세대 양성을 위해서는 연구기관과 대학 등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학회장은 동남아 지역학의 미래는 학제 간 통섭에 달렸다고 봤다. 그는 "동남아 지역학은 인문학, 사회과학, 그리고 자연과학이 상호 협력할 때 비로소 진정한 완성을 이룰 수 있다"면서 "동남아학회가 향후 지향해야 할 지점도 바로 이처럼 학제 간 통섭을 이루는 데 있다"고 밝혔다.

김 학회장은 AI 시대 지역 연구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지역 연구가 창출하는 지식은 현장 중심의 원천 지식으로 AI에 의해 쉽게 대체될 수 없다"면서 "지역학은 여전히 현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와 연구 방법론, 그리고 문화 상대주의에 대한 높은 인식이 요구되는 종합학문 분야로 지속적인 전문가 양성이 필요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