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춘 삐아 대표
입소문만으로 글로벌 시장 입성
핀란드 마스카라, 베트남은 틴트
나라마다 선호하는 제품 달라
전 제품 고르게 사랑받은 비결
작년 최대 매출 올리며 코스닥 입성
올해는 해외시장 개척에 올인
제품력·가성비로 제2 전성기 시동
박광춘 삐아 대표
뷰티업체 삐아는 2000년대 후반, 지금은 사라진 드럭스토어 '랄라블라'의 터줏대감이었다. 트렌디한 컬러의 제품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를 앞세워 10대와 20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다. '몽환적', '자극적'같은 독특한 제품명으로도 주목받았다.
삐아는 그야말로 K뷰티 시장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브랜드다. 자체 브랜드 없이 화장품 유통으로 시작했던 삐아는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한 차례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20년간 브랜드 철학과 유통 전략, 소비자 분석을 바탕으로 대형 브랜드 못지않은 입지를 구축해왔다. 해외에서는 전문 유통망을 넓히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인천 연수구 삐아 본사에서 만난 박광춘 대표는 "자체 바이럴(입소문)이 되는 제품을 만드는 게 삐아의 목표"라며 "올해는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인도와 중동시장 문도 적극적으로 두드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성장 동력은 ‘제품력’…팬덤 두터워
삐아는 독특한 색조 전문 브랜드인 '삐아'를 중심으로 베이스 메이크업 브랜드 '어바웃톤', 알파세대를 겨냥한 기초 화장품 브랜드 '에딧비', 실용성을 중시하는 데일리 메이크업 브랜드 '이글립스' 총 4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뷰티 기업이다. 2004년 탄생해 업력만 20년이 넘었다. 대기업 중심의 뷰티 시장에서 인디 브랜드로서의 20년 업력은 의미가 남다르다. 대규모 마케팅과 독보적인 브랜드 이미지로 승부하는 대기업과 경쟁해 살아남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20년 업력을 만든 삐아의 성장 동력은 단연 제품력이다. 제품 중심 전략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고, 소비자의 재구매율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6년 출시 이후 지난해 말 기준 1600만개를 팔아치운 라스트 벨벳 틴트와 제품력 좋기로 입소문을 탄 젤아이라이너는 삐아의 두터운 팬덤 확보에 기여한 대표 효자 품목이다.
어떤 제품을 골라 써도 '기본 이상을 하는' 제품력을 갖춘 덕에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반응이 덜했던 제품이 해외에서 '대박' 난 경우도 많다. 핀란드에선 마스카라가 히트를 쳤고, 베트남에선 상대적으로 글로시립에 밀려 인기가 덜했던 벨벳 틴트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에선 로틴트(사진)가 '술 마셔도 지워지지 않는 틴트'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박 대표는 "제품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다 보니 나라별로 다른 제품이 인기를 끄는 등 자연스럽게 수요가 고르게 분산되는 효과를 얻었다"며 "한 번 사용한 소비자들이 반복 구매하고 주변에 추천하면서 자체적인 입소문을 통해 매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발빠른 수요 대응으로 K뷰티 확장
박 대표는 제품력만큼이나 브랜드 경쟁력에서 '민첩한 대응'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다양한 채널과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뷰티 시장에서 인디 브랜드로서의 짧은 업력과 대기업에 비해 작은 규모가 오히려 빠르게 움직이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그재그와 단독 기획한 상품 '오버 글레이즈'다.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약 11만 개가 판매됐으며, 지그재그 내 삐아 브랜드 전체 거래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흥행했다. 박 대표는 "제품 수요를 빠르게 맞춰 대응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라며 "이런 대응력은 20년 이상 생존해온 인디브랜드 삐아가 갖는 경쟁력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삐아는 지난해 4월 코스닥에 입성하며 제2 도약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꾸준한 신제품 출시를 통한 국내 매출과 일본 시장 점유율 확대로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탄탄한 제품력을 바탕으로 확보한 국내 두터운 팬덤 층에 기반해 해외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한 결과다.
그동안 꾸준히 해외 시장을 개척해 온 삐아는 올해는 새로운 시장 확대에 역량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아직 진출 초기 단계인 유럽과 미국 시장은 물론, 인도와 중동 시장까지 적극적으로 두드릴 방침이다. 박 대표는 "K뷰티에 대한 일회성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현지 반응을 면밀히 분석해 제품을 현지화하고, 현지 인플루언서와 협업한 맞춤형 마케팅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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