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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변경 조건인 '공공기여' 갈등... 지차체 기준 적용하면 2배 늘기도

생활숙박시설 대란 초읽기 (上)
정부 가이드라인 없어 현장 혼란
늦어지는 법령·조례 개정도 한몫

용도변경 조건인 '공공기여' 갈등... 지차체 기준 적용하면 2배 늘기도
생활형숙박시설(레지던스) 오피스텔 용도변경 신청이 극히 저조한 이유는 정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김은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16 대책' 이후 용도변경을 신청한 레지던스는 2132실(올 2월 기준)로 변경 대상의 2%에 불과하다.

14일 파이낸셜뉴스가 취재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지방자치단체의 과도한 공공기여 요구 △대책 입법화 지지부진 △지자체의 소극적 행정 등이 맞물리면서 이 같은 결과를 낳고 있다. 대출규제는 더 강화되고, 기획소송은 계속 이어지면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오피스텔 용도변경 과정에서 공공기여 규모가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천 송도의 A레지던스 시행사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공공기여를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현장은 용도변경 조건으로 40억원 상당의 해당 건물 부대시설 등을 공공기여로 내놓겠다고 제시했다. 오피스텔로 바꾸려면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야 하는데 이에 따른 공공기여다.

문제는 공공기여 규모다. 시행사 측은 지난 3월 국토부가 발표한 공공기여 가이드라인에 맞춰 결정했다. 하지만 지자체가 기부채납 금액이 더 늘어나는 국토계획법상 지구단위계획수립지침을 적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지자체 요구를 받아들이면 공공기여 규모가 40억원에서 2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오피스텔 전환에 따른 정부 차원의 공공기여 가이드라인은 없다. 이 때문에 송도 현장 외에도 일부 지자체들이 과도한 공공기여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이다.

입법화도 지지부진하다.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4월 15일에 공포됐다. 지자체 조례 개정은 지연되고 있다. 준공 전 레지던스 오피스텔 용도변경 시 동의율을 80%로 낮추는 법안은 시행조차 불투명하다.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도 되지 않은 상태로 대선 이후에나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의 소극행정도 한몫을 하고 있다. 정부는 각 지자체에 생숙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용도변경에 앞서 사전 컨설팅도 하고 있지만 일부 지자체들은 신청 접수 자체를 안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분양 계약자는 "정부와 지자체 간 협력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9월까지 용도변경을 신청하지 않으면 계약자들은 공시가격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계약자는 물론 시행사와 시공사들의 연쇄 도산도 불 보듯 뻔하다.

ljb@fnnews.com 이종배 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