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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단숨에 확보… 62조 시장 정조준 [삼성전자, 獨 플랙트 인수]

글로벌 기업 AI 인프라투자 늘며
24시간 돌리는 서버 관리 급부상
가정용 넘어 중앙공조까지 공략
스마트싱스 기술 연계땐 시너지
LG·美존슨 등과 경쟁 치열해질듯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단숨에 확보… 62조 시장 정조준 [삼성전자, 獨 플랙트 인수]
지난 3월 삼성전자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냉난방공조 전시회 'ISH 2025'에서 선보인 상업용 냉난방공조 시스템 삼성전자 제공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단숨에 확보… 62조 시장 정조준 [삼성전자, 獨 플랙트 인수]
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플랙트그룹(플랙트)에 조(兆) 단위 투자를 단행한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시대 대표적 후방산업인 글로벌 냉난방공조(HVAC)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AI 인프라 시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열을 관리하는 필수장비인 중앙공조시스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플랙트 인수를 통해 세계 공조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한편 글로벌 AI 밸류체인에서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서 존재감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삼성, 냉각기 시장에 주목한 배경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플랙트 인수를 통해 데이터센터, 클린룸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 노하우를 흡수할 예정이다. 특히 데이터센터 사업은 글로벌 공급 경험, 최적의 설계 및 솔루션 제시 역량을 갖춰야 해 시장진입 장벽이 높은데 이번 인수를 통해 그 허들을 한번에 뛰어넘게 됐다는 평가가 따른다.

플랙트의 데이터센터 솔루션은 에너지 절감을 통해 저탄소·친환경 목표 달성이 중요한 초대형 데이터센터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특히 냉각액을 순환시켜 서버를 냉각하는 액체냉각 방식(CDU)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냉각용량, 냉각효율의 제품군을 확보 중이다.

중앙공조 시장은 지난해 610억달러(약 86조원)에서 2030년 990억달러(약 140조원)로 연평균 8%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래 먹거리로 꼽히고 있다.

이 중 데이터센터 부문은 생성형 AI 서비스 확대에 따라 2030년까지 441억달러(약 62조5700억원) 규모로 연평균 18% 성장이 전망된다. 최근 AI 시대를 맞아 글로벌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 등 AI 후방산업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고 있어서다. 데이터센터 내 24시간 풀가동 중인 수만대의 서버 열이 누적돼 성능저하, 고장, 데이터 손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열관리(냉각) 시스템을 포함한 공조장비의 중요도는 더 커지고 있다.

■삼성·LG·美존슨 등 경쟁 본격화

삼성전자는 플랙트 인수를 통해 기존에 영위해온 가정과 상업용 시스템에어컨 시장 중심의 개별공조(덕트리스) 제품에 더해 중앙공조 시장까지 적극 노릴 수 있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고객의 니즈에 맞춘 다양한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종합 HVAC 회사로 도약할 방침이다. 특히 △양사가 가진 판매채널의 강점 활용 △AI, 스마트싱스 기반의 빌딩 통합 제어솔루션(b.IoT) 도입 △ 삼성의 글로벌 자재 소싱 능력과 제조 노하우 활용 등으로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삼성전자가 공조사업 강화를 선언한 만큼 HVAC 시장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존슨컨트롤스, 슈나이더일렉트릭, 버티브, LG전자 등 글로벌 유수 기업들이 HVAC 시장에서 플레이어로 뛰고 있다.
특히 전자업계 경쟁사인 LG전자도 일찌감치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B2B HVAC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2030년까지 글로벌 톱티어 종합 공조업체가 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말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공조사업을 담당하는 에코솔루션(ES)사업본부를 분리·신설했고,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현재 10조원 정도 규모의 공조 사업을 2030년까지 20조원 규모 사업으로 성장시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방한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 MS 데이터센터에 LG전자의 냉각 솔루션을 공급하는 합의를 끌어냈다.

soup@fnnews.com 임수빈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