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발레단 '워킹 매드' 공연
서울시발레단 '워킹 매드' 공연
[파이낸셜뉴스] 감성적이고 연극적인 안무 언어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스웨덴 안무가 요한 잉거의 대표작 ‘워킹 매드(Walking Mad)’가 서울시발레단을 통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고 있다. 오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리는 ‘워킹 매드 & 블리스’는 컨템퍼러리 발레의 매력을 접할 수 있는 기회다.
이번 공연은 특히 영국국립발레단 리드 수석무용수인 이상은이 서울시발레단 객원 수석으로 참여하며 기대를 모았다. 그녀가 갈라가 아닌 작품 출연으로 무대에 서는 것은 15년 만이다.
‘워킹 매드’는 음악과 몸의 언어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한 편의 무언극과 같다. 무대 중앙에 세워진 목재 벽은 마치 거대한 장벽이자 경계, 피난처처럼 다가온다. 무용수들은 이 벽을 때로는 밀치고, 넘으려 한다. 잉거는 이 물리적 장치를 “인간관계의 경계이자 심리적 억압의 상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모리스 라벨의 클래식 음악 ‘볼레로’는 단지 배경 음악이 아니다. 반복되는 선율이 점차 고조되며 심리적 긴장감을 쌓아올린다. 초반의 유쾌하고 장난스러운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점점 격렬해진다. 유머, 유희, 고립, 갈등, 광기, 파열의 에너지가 발산된다.
절정 이후 흐르는 아르보 패르트의 ‘알리나를 위하여’는 작품의 전환점을 이룬다. 감정을 쏟아낸 뒤 찾아오는 고요 속에서 펼쳐지는 2인무는 전반부와 큰 감정의 낙차로 대비를 이루며, 복잡한 여운을 안긴다.
‘워킹 매드’는 2001년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NDT)를 통해 초연된 이후 세계 유수의 무용단 레퍼토리로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공연을 접한 관객들은 “이해하려 하기 보다 감각적으로 받아들일 때 울림이 크다”고 평했다.
이번 서울시발레단의 아시아 초연은 익숙한 음악과 상징적인 무대 장치를 통해 추상적 예술을 일상의 감정으로 끌어낸다. 공연을 통해 잉거는 말하는 듯하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건 누군가의 추상적인 예술이 아니라, 바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벽 앞에서 갈등하고, 넘어보려 하고, 결국 무너지는 감정의 흐름은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워킹 매드’는 춤으로 그런 인간 내면의 감정과 관계를 탐구한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발레단 '워킹 매드 & 블리스'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요한잉거 안무가, 이상은 무용수, 이정우 무용수. 연합뉴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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