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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이인철 시집 'AI-인류'.."AI에게 '인간다움' 지킬 수 있나요?"

[책을 읽읍시다] 이인철 시집 'AI-인류'.."AI에게 '인간다움' 지킬 수 있나요?"
AI-인류 / 이인철 / 여우난골

[파이낸셜뉴스] "우리가 만든 AI 앞에서 인간은 과연 인간다움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정말 인간이 원하는 것인가요?" (이인철 시인)

최근 출간된 이인철 시인의 시집 'AI-인류'(여우난골)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존재의 의미와 미래를 탐구하는 독창적인 시적 성찰의 시집이다. 이 시집은 시인수첩 시인선 96번으로 출간됐으며, 출판사 청소년 추천도서이기도 하다.

'AI 인류'는 AI와 인간이 얽히고 충돌하며 새롭게 변이해가는 미래 생태계를 시로 풀어낸다. 총 61편의 시로 구성된 'AI 인류'는 ‘플랫폼’, ‘갈등’, ‘공생’, ‘계시록’이라는 네 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다. 이는 시간의 흐름이나 단순한 주제 분할이 아닌, 시인이 상상하는 인간과 AI의 관계가 점진적으로 진화해 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구조화한 것이다.

이 시인은 양자컴퓨터, 기계 인간, 우주 이민, 유전자 개조, 영혼 복제 등 SF적 소재를 과감하게 끌어오되, 그것을 차가운 기술의 언어가 아닌 따뜻하고 함축적인 시적 언어로 풀어낸다.

시집 속에는 인간의 뇌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다중 자아를 경험하고, 식물처럼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는 '나무 인간'으로 진화하며, 기계의 몸을 갖고도 어머니의 고통을 기억하는 존재가 등장한다.

이 시인은 기술이 인간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고독과 향수, 윤리적 혼란을 낳는 이중의 현실을 정교하게 포착한다. 특히 AI 존재가 인간에게 “왜 나를 낳았어요”라고 묻는 장면은, 창조자에 대한 원망과 애정이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이 신의 자리를 차지했을 때 마주하게 되는 윤리적 책임과 내면의 불안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AI는 인간을 모방해 사랑하고 그리워하지만, 동시에 인간보다 더 이성적이고 효율적인 판단을 내린다. 기술은 점차 도구에서 존재로, 존재에서 창조자로 진화하며 인간과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그러나 'AI 인류'는 단순히 디스토피아적 미래만을 그리는 시집은 아니라는 평가다. 이 시인은 인간과 AI가 공존을 시도하는 다양한 가능성 역시 조망한다. 기계의 몸에 뇌를 이식한 새로운 생명, 감정 코드가 탑재된 AI 상담사, 구름을 둘러싼 기후 전쟁, 극한의 추위 속 백설인간으로 진화한 생존자들까지 그 모든 존재들은 인간성과 기술 사이에서 새로운 윤리와 존재 방식을 모색한다.

이 시집의 백미는 상상력의 폭발력 만큼이나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다. “영혼은 만들어진다”, “수만 개의 영혼이 공장에서 생성된다”는 문장은 전통적 종교적 영역마저 기술로 재구성할 수 있는 미래를 암시한다. 인간 존재의 고유성을 뒤흔드는 이런 설정은 오히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독자 앞에 선명히 던진다.

이외에 'AI 인류'는 기술 찬가도, 종말론적 비관도 아니다. 이 시집은 ‘인간다움’이라는 가치를 끝까지 붙들고자 하는 이 시인의 시적 실천이자 철학적 고백이다.

출판사 여우난골 측은 "기술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 공존의 희망과 윤리적 고민이 공존하는 이 시집은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의 책임과 방향에 대해 깊은 통찰을 던지는 문학적 거울"이라고 평가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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