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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의 국제정치] 일본의 헌법 개정 논란

자위대 명분 군사력 최강
국민 60% 헌법개정 찬성
日 군국주의 부활 경계를

[김경민의 국제정치] 일본의 헌법 개정 논란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1947년 시행된 일본의 헌법 제9조 1항은 "일본 국민은 국제평화를 성실히 추구하고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국권이 발동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되어 있다. 제2항은 제1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 그 밖의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기되어 있다. 미국의 맥아더 장군은 일본이 절대로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헌법 제9조라는 매우 특이한 조항을 넣도록 요구했다. 세계에서도 헌법을 평화헌법(Peace Constition)이라고 쓰는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 그만큼 미국 하와이 진주만 공격으로 촉발된 태평양전쟁의 군국주의를 아예 머릿속에서 빼내 버린 것이다. 그러나 3년 후인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일본은 내우외환에 대비하고자 경찰예비대를 조직했고, 1954년에는 공식적으로 일본자위대가 생겨난다. 일본자위대는 전수방위정책으로 상대방이 일본을 공격하게 되면 일본을 방어하기 위해서만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소극적인 군사력 정책이었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의 군사력이 강성해지는 것을 빌미로 일본은 군사력을 야금야금 키워놓아 이제는 한국보다 우위에 있는 재래식 군사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헌법 제9조 2항은 육해공군의 군사력을 갖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방어력 증강이라는 명분으로 세계에서도 가장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육해공군력이 되었다. 그러나 헌법 제9조의 위반이라는 국내외적 논란이 끊이지 않자 아예 헌법 제9조를 개정하면 좋겠다는 국내 주장들이 나오면서 헌법 개정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여론조사를 해 보면 해가 갈수록 헌법 제9조의 개정에 대한 일본인들의 찬성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헌법 개정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사건은 1998년 8월 31일 대륙간탄도탄을 겨냥한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실험이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로켓 잔해물이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에 떨어지는 바람에 일본이 받은 충격은 대단히 컸다. 일본은 외부로부터의 불안이 증폭되면 내부 단결력이 크게 향상되는 나라다. 그 이후로 일본자위대는 세계적으로도 강력한 군사력을 갖게 되었고, 북한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아 김정은도 두려워 한다는 스텔스 전투기만 해도 일본은 147기, 한국은 60기이며 세계 최고의 군함이라는 이지스함도 일본이 한국의 두배이다. 잠수함도 일본은 4000t급을 목표로 22척을 갖게 되며, 한국의 잠수함은 3000t급인 안창호함이 가장 첨단일 뿐이다. 북한은 계속해서 미사일을 쏘아대고, 중국은 해가 갈수록 첨단무기로 무장하며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해양패권 싸움을 하고 있으니 이 싸움이 격화되면 될수록 헌법 개정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일본이 헌법 개정을 하려면 중·참의원의 3분의 2의 찬동이 필요하며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국민투표에 부쳐 과반의 찬성률이 나와야 한다. 과거에는 언감생심 중·참의원 3분의 2 의석수가 찬동하는 일을 기대조차 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을 모두 합하면 3분 2가 넘는다. 일본이 국가를 운영하는 것을 보면 놀랍기만 하다. 국가의 목표를 세우면 차근차근 인내력을 갖고 명분을 쌓아 가는 것이다.

헌법 개정이 시간을 질질 끌게 되자 자위대란 약체의 이름으로 조용히 세계 최강의 군사강국을 만들어 온 나라가 일본이다. 헌법 개정에 군사력 분석을 세밀하게 하는 이유는 헌법 9조가 일본의 군사력에 대한 정당성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일본 국민들은 헌법 개정에 동의해 자위대를 국군으로 만들 것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2025년 3~4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헌법 개정에 찬동한다는 비율이 60%를 넘고, 4년 연속 60% 이상의 찬동률을 보이고 있다. 휴전선을 코앞에 둔 북한은 핵무기로 무장되어 있고, 일본자위대마저도 한국보다 강력하니 한국의 지도자들은 한국의 안보를 위해 치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