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환경 가진 ‘말보로’ 지역
햇볕 풍부하고 토양·공기질 깨끗
화이트 와인 ‘소비뇽 블랑’ 유명
강한 과일 풍미와 산도가 특징
특산품 마누카꿀 곁들이면 산뜻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뉴질랜드 대사관저에서 열린 '소비뇽 블랑 데이' 행사에 나온 와인 사진=이환주 기자
'말보로'란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붉은 패키지의 담배를 떠올린다. 말보로 담배의 영문명은 'Marlboro'인데 영문의 앞 글자를 따 "맨 얼웨이즈 리멤버 러브, 비코즈 오브 로맨스 오버"라는 이야기로 잘 알려졌다. 가난한 남자에게 이별을 고하는 여성, 남자는 다른 남자와 결혼을 앞둔 그녀에게 한 마디를 남긴다. "내가 담배 한 대 태우는 동안만 내 곁에 마지막으로 있어줘". '사랑이 끝나도 남자는 언제나 그 사랑을 기억한다'는 서사로 말보로 담배는 오랜 기간 흡연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올해 5월을 기점으로 말보로란 말을 들으면 떠오를 단어가 담배 외에 하나 추가됐다. 바로 뉴질랜드 최대의 와인 산지인 '말보로(Marlborough)' 지역의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다. 소비뇽 블랑은 화이트 와인용 청포도 품종으로 자연 환경이 좋은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은 '5월의 초록'맛이 났다. '뉴질랜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반지의 제왕'이었는데 앞으로는 말보로도 함께 떠오를 듯싶다.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뉴질랜드 대사관저에서 열린 '소비뇽 블랑 데이' 행사에 참석한 리처드 던시스 주한 뉴질랜드 무역참사관이 뉴질랜드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행사 참석자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환주 기자
■'반지의 제왕'도 반한 말보로 와인
"뉴질랜드는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뛰어난 자연환경, 번지점프, 럭비, 요트, 마오리족 문화로도 잘 알려졌다. 특히 뉴질랜드 말보로 지역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토양이 좋아 품질 좋은 '소비뇽 블랑'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뉴질랜드 대사관저에서 열린 '소비뇽 블랑 데이' 행사에서 리처드 던시스 주한 뉴질랜드 무역참사관은 "뉴질랜드는 11개 지역에서 총 731개의 와이너리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뉴질랜드는 총 11개 지역, 731개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된 와인 80%는 해외로 수출한다. 뉴질랜드 와인 생산량은 전세계 생산량의 약 1% 정도지만 한국은 뉴질랜드산 수입 와인 점유율이 8%에 달한다. 통계를 통해서도 한국인의 뉴질랜드 와인 사랑은 드러난다. 한국무역협회(KITA) 와인 수입 통계에 따르면 올 2월까지 뉴질랜드 와인 누적 수입액은 1년전보다 77% 증가했다. 우리나라 와인 수입국 상위 10개 국가 중 가장 큰 증가세다.
리처드 무역참사관은 뉴질랜드 와인이 특별한 이유로 4가지를 꼽았다. △순수한 자연 환경 △세로로 긴 영토로 인한 다양한 기후와 포도 품종 △지속가능성 △혁신적인 와인 생산 기술 등이다.
뉴질랜드 와인의 역사는 1819년 선교사 사무엘 마스든이 노스랜드에 100그루의 포도나무를 심으며 시작됐다. 1970년대 말보로 지역이 중심지로 떠오르며 소비뇽 블랑 품종이 널리 수출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뉴질랜드 중앙부에 위치한 말보로 지역에서는 전체 와인 생산량의 82%가 생산된다.
■천혜의 자연환경, 합리적인 가격까지
뉴질랜드는 남반구에 위치해 일교차가 크고, 바다의 영향으로 서늘하고 청량한 기후를 갖는다. 세로로 긴 영토를 보유해 북쪽의 아열대 기후부터 남쪽 산악지대까지 다양한 기후적 환경과 포도 품종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다. 인구 밀도가 낮고 공기질이 좋으며 강수량도 고르다.
뉴질랜드는 전력의 84%가 재생에너지, 와인의 96%가 지속가능성 인증을 받을 정도로 친환경 생산지이기도 하다. 인구 500만의 작은 국가이지만 전 세계 4000만명의 사람들에게 과일, 와인, 육류, 해산물, 유제품 등을 수출하고 있다. 특히 뉴질랜드 와인은 2만~4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에 나온 제품이 많아 와인 입문자에게 적합하다. 화이트 와인을 대표하는 소비뇽 블랑, 레드 와인은 피노 누아 품종이 대표적이다.
던 베넷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뉴질랜드 와인의 성장은 말보로 지역의 소비뇽 블랑이 이끌었지만 다양한 지역에서 개성있는 와인들을 만나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따라, 와이너리 따라 골라먹는 재미
이날 행사에서는 뉴질랜드 총 11개의 와인생산 지역 중 5곳의 와인을 맛볼 수 있었다. △말보로 △혹스 베이 △센트럴 오타고 △와이라라파 △오클랜드 등이었다. 말보로 와인은 긴 일조시간과 큰 일교차로 과일 풍미가 강하고 산도가 있다. 소비뇽 블랑이 81%를 차지해 화이트 와인이 중심이다. 대표 와이너리는 △코하 △테 파 △OTU △시로 △리틀 뷰티 등이 있다. '시로'는 '새털구름'이라는 뜻으로 상공 2만5000피트에 만들어지는 청량한 구름이라고 한다.
혹스 베이는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와인 생산지역이다. 우아한 레드 와인과 스파이시한 쉬라 와인이 중심이다. 대표 와이너리로는 △크래기 레인지 △테 마타 등이 있다. 테 마타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언어로 '거인'이라는 뜻이다. 세계적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다섯 곳을 꼽으면서 테 마타를 최고로 선정했다.
센트럴 오타고는 세계 최남단에 위치한 와인 생산지다. 수많은 마스터오브 와인이 극찬한 곳으로 젠시스 로빈슨은 피노누아의 성배가 발견된 곳이라고 말했다. 대표 와이너리는 △러브블록 △머드 하우스 등이 있다. 러브블록 와인의 라벨은 다양한 꽃으로 장식돼 기억에 남고, 밸런스가 잘 잡힌 소비뇽 블랑이다.
와이라라파는 뉴질랜드에서 최초로 피노 누아를 재배한 지역이다. △팰리서 에스테이트 △크래기 레인지 테 무나 등이 대표 와이너리로 화이트 와인이 강한 뉴질랜드에서 레드 와인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크래기 레인지의 스파클링 와인은 이날 시음하는 와인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여줬다. 오클랜드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로 '쿠뮤 리버' 와이너리가 유명하다.
■뉴질랜드 마누카꿀, 살살 녹는 양고기까지
이날 행사에서는 뉴질랜드 와인과 함께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음식과 특산품 등을 같이 맛볼 수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생산되는 마누카꿀은 산뜻하고 청량한 화이트 와인을 즐기는 사이사이 즐기기 좋았다. 더불어 뉴질랜드는 양고기로도 유명하다.
뉴질랜드 청정 고산지대에 자란 루미나 양고기는 자연방목 환경에서 목초사육으로 자란다. 현장에서 제공된 루미나 양고기는 누린내가 전혀 없이 소고기나 돼지고기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부드럽고 맛있었다. 나중에 뉴질랜드에 간다면 그날 먹을 와인과 메뉴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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