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오나리아'와 '죽음의 무도' 이번 주말, GS아트센터서 공연
스페인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Marcos Morau)가 14일 서울 강남구 GS타워 오픈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마르코스 모라우는 기괴한 상상력과 독특한 움직임, 다양한 매체 활용하는 현대무용계의 슈팅 스타이다. GS문화재단은 마르코스 모라우 대표작 '파시오나리아', '죽음의 무도'를 오는 16~18일 서울 GS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현대 무용계의 슈팅 스타' '무용계의 총체예술 창조자'로 통하는 스페인 안무가이자 연출가인 마르코스 모라우와 그의 무용단 ‘라 베로날’이 이번 주말 두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감정이 사라진 인간세계를 그린 넌버벌 시어터 ‘파시오나리아’(16~18일)와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게 다가오는 죽음을 소재로 한 환상극 ‘죽음의 무도’(17~18일)가 그것이다.
모라우는 14일 서울 강남구 GS타워 오픈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8년 초연작 ‘파시오나리아’와 2024년 신작 ‘죽음의 무도’에 대한 기획 배경과 연출 의도를 밝혔다. 또 자신의 독특한 무용 언어 ‘코바(KOBA)’를 소개했다.
감정이 사라진 미래, 고립된 개인들
‘파시오나리아’는 모라우 감독이 “감정의 부재에 강박을 느꼈던 시기"에 탄생한 작품이다. ‘파시오나리아’는 스페인어로 열정의 꽃을 뜻하지만 동시에 고통과 수난을 뜻하는 라틴어 어원을 갖고 있다. 바흐의 ‘요한 수난곡’으로 시작해 ‘마태 수난곡’으로 끝나는 이 작품은 8명의 무용수들이 감정없이 정교한 기계처럼 움직인다. 그는 “현재 개인주의가 극심해진 사회와 맞닿아 있다”며 "모두가 단절되고 도움을 구하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세계에 대한 알레고리"라고 설명했다.
무용수들의 신체는 흡사 구겨지거나 접히는 것처럼 연출된다. 과감한 움직임에 비해 표정이나 자세, 시선은 섬세하게 통제된다.
이날 동석한 무용수 앙젤라 보슈는 "무용수들이 반은 인간 같고 반은 안드로이드 같은 기괴하게 움직인다”며 "마치 자유가 없는 듯, 어떤 압축된 공간 안에서 있는 것처럼 춤을 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바라는 독창적 메소드가 이러한 육체성에 핵심 역할을 한다”고 부연했다.
‘코바(Kova)’는 라 베로날 무용단이 사용하는 독특한 움직임 창작 방식이다. 모라우는 “감정 표현보다는 신체의 분절과 공간적 연결을 논리적이고 수학적으로 탐구하는 메소드”라며 “움직임이 유기적인 발레와는 달리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인 움직임을 통해 새로운 신체 언어를 만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가가’와 ‘코바’의 차이점’에 대한 질문에는 “‘가가’가 삶의 활력을 강조한다면 ‘코바’는 인간성을 덜어내고 몸의 형태와 물리적 존재에 집중한다”고 비교했다. “우리 작품은 아름다움보다는 기괴함과 복잡성을 통해 새로운 미학을 제시한다”고 했다.
보슈도 “처음 ‘코바’에 익숙해지면 큰 자유와 창의성을 경험할 수 있다”며 “각자의 개성이 반영되면서도 모두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독특한 창작 과정”이라고 무용수 입장에서 ‘코바’의 특장점을 설명했다.
누구나 죽는다, 유럽 민속춤에 기반한 ‘죽음의 무도’
‘죽음의 무도(Totentanz)’는 중세 유럽의 민속춤에 기반해 죽음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모라우는 “죽음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다가온다는 점에서 민주적”이라며 “스페인, 독일, 불가리아 등 다양한 지역의 음악과 전통을 융합해 우리만의 죽음의 무도를 창조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특히 국지전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오늘날, 전쟁과 난민 등 정치 사회적 소용돌이 속에서 죽음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본다.
스페인 안무가 겸 연출가 마르코스 모라우가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GS타워 오픈홀에서 열린 GS아트센터 '예술가들- 마르코스 모라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 소개를 하고 있다. 현재 유럽 공연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티스트로 꼽히는 마르코스 모라우는 '파시오나리아'(16~18일), '죽음의 무도'(17~18일) 두 작품으로 한국팬들을 만난다. 뉴스1
모라우는 또 ‘스페인 예술에서 자주 등장하는 어둡고 기괴한 죽음의 이미지’에 대해 “스페인 문화는 가톨릭과 36년간 이어진 프랑코 독재의 역사적 억압 아래 어둠과 죄책감, 불가사의함이 공존하는 복잡한 문화”라며 “예술을 통해 그러한 역사와 사회 현실을 반영하고 대항하는 작업을 한다”고 답변했다.
"무대는 예술의 총체… 자유로운 창작이 제 무기”
모라우는 무용을 전공하지 않은 안무가로 유명하다. 그가 23세에 창단한 라 베로날은 문학, 영화, 연극, 음악, 시각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인 예술가 친구들의 모임에서 출발해 무용을 중심으로 다양한 예술 장르를 융합해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무대언어를 창조하고 있다.
그는 “저는 정통 무용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 오히려 강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춤을 추는 것도 좋아하고, 무용수들과 함께 움직임 언어를 만들어가는 작업도 즐긴다. 하지만 창작 과정에서 움직임만큼 중요한 것이 이미지, 음악, 조명, 텍스트처럼 무대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라고 말했다.
사진과 연극학을 공부한 그는 최근 오페라와 영화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어디에도 갇히지 않고 창작할 수 있다는 점이 저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앞으로는 서커스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오늘날 관객들은 매우 현명하고, 복잡성을 즐길 줄 안다”며 “다양한 예술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며 관객의 감각과 사고를 자극하는 무대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모라우에게 있어 움직임은 단지 신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무대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과 맥락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파시오나리아' 공연 장면 GS문화재단 제공
'죽음의 무도: 내일은 물음이다' 공연 장면 GS문화재단 제공
'아파나도르' 공연 장면 GS문화재단 제공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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