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재활용·신소재 개발 등
韓 화학·소재 기업들 앞서나가지만
트럼프 이후 전세계 탄소중립 멈칫
인증 까다로운데 수출길도 좁아져
中은 고기능 기술까지 무섭게 추격
국내 화학·소재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친환경 플라스틱 기술을 확보하고도 글로벌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수출국의 친환경정책이 흔들리는 데다 까다로운 인증 절차와 국내 제도의 미비가 수출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관련 설비투자와 사업계획을 잇따라 보류하는 가운데 중국은 기술집약형 제품군까지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 국내 기업의 초격차 전략이 무력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출길 막힌 국내 기업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EU 등 주요국은 최근 친환경정책 기조에서 한발 물러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탄소중립보다 에너지 안보와 가격 안정을 우선시하면서 화석연료 산업에 다시 힘이 실리는 분위기"라며 "EU도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에 대응해 친환경 규제 강화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략에 따라 친환경 소재에 집중해온 국내 기업들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내수 시장이 협소한 친환경 플라스틱 산업의 특성상 수출 제약은 곧 성장기반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SK케미칼·삼양그룹·휴비스 등은 자체 기술력을 기반으로 친환경 고기능 소재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케미칼은 코폴리에스터와 생분해 수지를 중심으로 친환경 소재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지속가능한 솔루션 공급에 집중하고 있다.
삼양그룹은 고순도 이온교환수지를 통해 반도체용 친환경 수처리 기술을 확보했고, 휴비스는 재활용 소재 기반의 저융점섬유(LMF) 생산라인을 확대해 글로벌 완성차업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다만 수년간 축적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국가별 인증제도의 차이와 까다로운 승인 절차는 여전히 수출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는 생분해성 섬유·수지에 대한 인증체계조차 없어 기업들은 미국 재료시험협회(ASTM), 독일표준원(DIN) 등 해외 인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은 △국가별 기준 차이 △복잡한 절차 △높은 비용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이 꼽은 3대 애로사항은 △바이어 발굴(23.3%) △해외 인증(19.7%) △무역 실무(19.1%) 순으로, 인증제도 장벽이 기술 수출의 주요 제약요인으로 지목됐다.
■스페셜티 기술도 추격하는 중국
이 가운데 중국은 범용 제품을 넘어 고기능 플라스틱 분야까지 빠르게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향후 코폴리에스터·고순도 수지·LMF 등 스페셜티 제품군에서도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확대할 경우 국내 기업들의 기술 우위가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기술력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수출 확대에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생분해 인증체계 마련은 물론 수출형 친환경 소재 기업에 대한 인증비용 지원과 시험절차 간소화 등 행정·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국과의 가격경쟁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기술 초격차를 실질적 수익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제도 인프라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용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며 폐플라스틱 활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이를 원료로 사용하려면 추가 설비가 필요하다"며 "기업들의 투자여력이 부족한 데다 설비투자 시점도 당초 예상보다 1년가량 늦춰져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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