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삼성전자·LG전자 등
美 현지공장 생산 확대 이어
관세 낮은 지역서 물량 늘려
트럼프 정책 대응 수위 강화
자동차·가전 등 대미수출 물량이 많은 주요 기업을 중심으로 '생산지 대이동'이 본격화됐다. 미국 트럼프 2기 출범 100일을 기점으로 미국발 관세충격에 고심해 오던 기업들이 시나리오 검토 단계에서 '스윙생산' 등 생산지 이동전략으로 대응 수위를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2·4분기 일부 영향을 시작으로 3·4분기부터는 관세충격이 거셀 것이란 판단이다.
■'관세 0%' 멕시코 생산 늘린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관세폭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난 1·4분기부터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을 늘려왔다. 기아 경영진은 지난달부터 본격화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25% 관세폭탄에 대응, 현재 멕시코 공장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기아 멕시코 공장의 생산규모는 연산 40만대가량이다. 지난해 27만대를 생산, 산술적으로는 13만대까지 증산이 가능하다.
기아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기준을 맞출 경우 부품에 대한 관세는 면제받을 수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 완공한 현대차그룹 신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공장, 기아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 등도 생산물량을 확대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달부터 미국 신공장 HMGMA에서 아이오닉9 양산을 시작했으며, 기아도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 공장에서 만들고 있는 스포티지·쏘렌토·텔루라이드·EV6·EV9 등의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LG전자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지의 TV·가전 공장 증설계획을 전면 보류한 가운데 베트남 하이퐁 공장에서 생산하던 냉장고 물량 일부를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LG전자는 베트남 하이퐁, 멕시코 몬테레이, 인도 노이다·푸네 등에서 냉장고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생산 규모는 1100만대 이상인데, 이 중 80만~160만대가 하이퐁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산된다.
LG전자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축소한 물량 일부에 대해 이미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국 테네시주 가전공장 등 기존 미국 공장을 중심으로 현지생산 확대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그간 검토해 오던 글로벌 생산 최적화 전략인 '스윙생산'을 본격 가동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추가 확장 없이 현지 생산능력 범위 내에서 특정 지역 공장의 가동률을 높이고, 낮추는 것이 스윙생산의 핵심이다.
■7월 유예조치 이후가 관건
삼성전자도 지난달 말 1·4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전 세계에 진출한 글로벌 생산기지와 판매거점별로 상황에 따라 전략적이고 탄력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발 관세 부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TV와 가전 일부 물량의 생산지 이전 등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트럼프 정부는 베트남산에 대해 46%의 관세를 부과한 뒤 90일간 유예(7월 초 시한)한 상태다. 인도산 27%, 멕시코산 최대 25%, 한국산 25%를 압도하는 상황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가 미국에 제시한 상호관세율은 22~28%다. 인건비 등 여타 비용도 감안해야 할 것이나 관세율 0%인 멕시코에 비하면 매우 불리한 상황이다.
베트남 최대 투자기업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등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과 미국의 관세협상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유예 종료 이후 대응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하려는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LS전선은 대미사업 확대 및 미국발 관세 대응을 목표로 미국 현지에서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최종근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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