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불소화합물 국산화 성공… 이제 기업들 나서 경쟁력 키울때"

박인준 화학硏 책임연구원
반도체·이차전지 공정 핵심 소재
화학연 주도 기술이전·상용화 성과
美·日 글로벌 기업 과점체제 굳건
자본력 갖춘 기업들 참여 늘어야

"불소화합물 국산화 성공… 이제 기업들 나서 경쟁력 키울때"
박인준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이 19일 계면재료화학공정연구센터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한국화학연구원이 국내 산업계 전반에 걸쳐 빠지지 않는 주요 물질로 꼽히는 불소 소재에 대해 20건이 넘는 기술이전과 8건의 상용화를 달성하면서 국산화, 상용화에 성공했다. 반도체는 물론 이차전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에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불소 시장에서 국내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기술개발과 함께 대기업의 참여와 현장적용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대기업의 상업화 참여 필요"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화학연구원 계면재료화학공정연구센터'는 1988년부터 불소화학 분야를 집중 연구한 결과 지금까지 21건의 기술 이전과 8건의 상용화 성과를 달성했다.

박인준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당시 기술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하루이틀에 이뤄진 것이 아니며 30년 이상의 선행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면서 "원자력 연료인 육불화우라늄 제조에도 고순도 불소화합물이 필수적이며, 이는 전략물자로 분류될 만큼 안보와 직결되는 소재"라고 말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이 센터의 책임자이자 센터장을 역임한 불소화합물 연구의 권위자다. 불소 소재는 단지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식각용 가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수소차용 연료전지, 고성능 배터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항균 소재 등 현대 산업 전반에 걸쳐 불소는 핵심적으로 쓰인다. 다양성과 전략성을 동시에 가진 소재를 외국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국가 안보와 기술 주권의 관점에서 매우 취약한 구조다.

불소 소재의 상용화는 단순한 기술 개발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기업의 참여와 현장 적용이 핵심 열쇠다. 박 연구원은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불소화합물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여전히 미국과 일본 등 기존 강자들이 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우리는 이미 기술 이전과 엔지니어링 설계까지 완료한 상황이며 이제는 기업들의 적극적인 상업화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연구개발(R&D)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대기업들이 나서 핵심 플레이어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FAS 규제, 위기를 기회로"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과불화화합물(PFAS) 사용 규제는 전 세계 산업계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불소 소재는 환경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불소는 물에 잘 녹기 때문에 지하수나 하천에 용해될 경우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센터는 PFAS 규제를 위기인 동시에 기회로 보고 있다. 한국이 글로벌 10위권 수출 강국이 된 만큼 규제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주체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센터는 수용성이 높은 PFAS에 대한 대체기술 개발을 포함해, 친환경 냉매, 항균 소재, 불소 고분자 코팅 등 '친환경 불소 기술'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화학연구원은 기술을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한 3대 국가 지원 전략도 제안하고 있다.

화학연구원 관계자는"'2030 기술사업화 로드맵'을 수립하고 기업 맞춤형 기술 컨설팅, 공동 R&D, 현장 최적화 지원 등 통합적 기술사업화 체계를 통해 불소 소재 자립과 고부가가치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