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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란 무엇인가…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손이천의 '머니&아트']

제이슨 보이드 킨셀라 'Phillip'

자아란 무엇인가… ‘진정한 나’를 찾는 여정[손이천의 '머니&아트']
제이슨 보이드 킨셀라 ‘Phillip’ 케이옥션 제공
제이슨 보이드 킨셀라(b.1969)는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현대 미술작가이다. 캐나다 출신으로 노르웨이 오슬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는 인물의 내면을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인간의 정체성을 기하학적 형태로 표현한다.

MBTI 성격 유형 검사에서 영감을 받아, 원, 삼각형, 선 등 단순한 기하학적 요소를 활용해 개인의 성격과 감정을 시각화하는 킨셀라의 초상화는 외형적 유사성에 집중하는 전통적 초상화와는 달리 감정과 성격을 직관적인 형태와 색채로 드러낸다. 즉, 감정과 정체성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심리적 초상화이다.

우리는 소셜 미디어와 가상 공간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연기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진정한 나'는 점점 모호해진다. 킨셀라는 이러한 현대인의 혼란을 기하학적 초상화로 풀어내며, 관람자에게 자아란 무엇인지 질문하게 만든다.

킨셀라의 작업은 전통 미술과 현대 디지털 기법이 결합된 독특한 스타일을 지닌다. 그는 먼저 손으로 스케치를 한 뒤, 3D 소프트웨어에서 색상과 구도를 정밀하게 조정하고, 마지막으로 캔버스에 유화로 완성한다.

이러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결합은 그의 작품이 단순히 평면적 이미지가 아니라, 깊이 있는 심리적 초상화로서의 무게를 지니도록 만든다. 특히 눈, 코, 입 대신 기하학적 형태로 구성된 그의 인물들은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Phillip'는 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인 필립 공을 그린 작품이다.
머리 부분을 구성하는 파란색 각기둥, 하늘색 사각형, 그리고 중앙의 흰색 구체는 얼굴의 표정이나 구체적 특징을 완전히 생략한 채, 오직 형태와 색상만으로 인물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붉은색 삼각형 형태는 어깨와 의복을 암시하며, 전체적으로 인물의 상반신이 기하학적으로 해체되어 있다. 이번 경매 출품작을 통해 킨셀라의 독창적인 심리적 초상화의 매력을 느껴 보길 바란다.

손이천 K옥션 수석경매사·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