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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음극재 향하는 美 '관세 철퇴' …韓배터리소재 볕드나

美상무부, 中음극재에 최대 721% 상계 관세
연내 관세 현실화 전망...포스코퓨처엠 등 수혜 예상

中음극재 향하는 美 '관세 철퇴' …韓배터리소재 볕드나
포스코퓨처엠 세종 음극재 공장 생산라인 전경. 포스코퓨처엠 제공

[파이낸셜뉴스] 미국 정부가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중국산 음극재에 대해 상계관세 부과를 추진하면서 있는 국내 배터리 소재 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음극재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소재사가 탈중국 기조에서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최근 중국 음극재 기업들이 최대 721%에 달하는 보조금을 받고 있다며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예비 결정했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이 수출보조금 등으로 부당하게 가격을 내리는 경우, 수입국이 그 효과를 없애기 위해 별도로 부과하는 관세다. 상계관세의 성격을 고려하면 중국 음극재에 최대 721%에 달하는 관세가 붙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미국 음극재 생산업체들은 미국 규제 당국에 중국산 흑연에 최다 920%의 관세가 부과돼야 한다며 청원서를 제출했다. 중국이 자국 내 보조금을 바탕으로 흑연 등을 값싸게 들어오면서 미국 시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이 같은 조치는 연내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9월 보조금 여부 및 관세율을 확정하고, 11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승인이 나면 바로 관세 명령이 발효될 예정이다.

관세조치가 발효될 경우, 국내 유일의 음극재 생산기업인 포스코퓨처엠으로선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업체들을 제외하면 세계 최대의 음극재 생산능력을 갖춘 기업이기 때문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음극재 출하량 상위 10개 업체에 모두 중국 업체가 이름을 올린 가운데, 포스코퓨처엠은 2만7200t을 출하하며 11위를 차지했다. 중국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사라지게 된다면, 다른 경쟁사 대비 안정적으로 음극재를 대규모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포스코퓨처엠이 중국으로부터 음극재 공급망에서 독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강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음극재의 핵심 원재료인 흑연의 세계 점유율 9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지만, 배터리셀 업체나 완성차 업체 입장으로선 자체 공급망을 가진 소재 업체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오는 2027년부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중국산 흑연이 들어간 전기차는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아울러 중국산 음극재에 대한 관세 철퇴가 현실화하면 배터리 셀 업체로서도 중국산 소재를 택할 유인이 사라지게 된다.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 음극재는 통상 '천연흑연→구형흑연→음극재'의 단계를 거쳐 만들어진다. 포스코퓨처엠은 세계 최대 흑연 생산국인 중국 대신 아프리카 등에서 원재료 조달을 꾀하고 있다.
중간 원료인 구형흑연의 경우도 최근 3691억원을 투자해 국내 생산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흑연 광석부터 구형 흑연(중간재), 음극재 최종 제품 생산까지 독립적인 음극재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공급망을 벗어나서 음극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곳은 별로 없다"며 "이번 상계관세 조치가 현실화되면 가장 수혜를 보는 곳은 국내 업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