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생활 밀착형 지원 사업 '가가호호'
김포아트빌리지 한옥 체험관에서
가족미션·차담회 등 프로그램 진행
디지털 기기 최소화 아날로그 중심
조부모·부모·자녀 한자리에 모여서
자연스러운 소통과 여가 시간 보내
"밤새 놀고 싶다" 웃음꽃으로 가득
시부모와 함께 세대 통합 가족 캠프 '아날로그적 1박 2일'에 참여한 김지나씨 가족이 지난 16일 김포아트빌리지에서 보자기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지난 16일 김포아트빌리지에서 김혜란씨의 두 아이와 아버지, 남편이 국악 체험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똥 쌀 때 문 닫고 싸기'가 규칙이야?"
손녀의 엉뚱한 질문에 외할아버지가 껄껄 웃었다. 손녀는 "우리 가족이 꽃처럼 피어났으면 좋겠다"며 숙소 문패로 쓸 화판에 꽃을 그렸다.
지난 16일 오후 4시 경기도 김포시 김포아트빌리지 한옥숙박체험관 거실엔 웃음꽃이 피었다. 온 가족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우리 가족만의 규칙'을 만들었다. 또 입주 공방 작가들과 함께 보자기·도자기를 만들거나 장구를 치며 세대 간 벽을 허물었다. 특히 국악 체험 시간에 박자를 맞추지 못해 머쓱해하는 할아버지를 손녀가 응원하는 모습은 미소를 자아냈다.
세대 통합 가족 캠프 '아날로그적 1박 2일'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추진하는 '2025 생활밀착형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가가호호(家加好好)'의 일환으로 열렸다. 김포문화재단이 지역 운영기관으로 참여했다. 지역 생태·예술·공간 자원을 활용해 가족 미션, 체험 활동, 차담회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모든 프로그램이 디지털 기기 사용을 최소화하고 '쉼과 관계' 중심의 아날로그 감성으로 진행됐다.
'가가호호'는 "가족이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뜻으로, 건강한 가족 여가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새 사업이다. 전국 42개 기초 지역 재단을 선정해 예산을 지원한다. 각 지역 재단은 생활권 근거리 시설을 거점 삼아 가족 단위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한다. 5월 가정의 달과 '2025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을 맞아 지난 16일부터 1박 2일 진행된 이번 캠프는 조부모·부모·자녀가 함께 하는 3세대 가족형 캠프로, 사전 사연 공모를 통해 세 가족이 선정됐다. 김혜란씨는 "혼자 외롭게 두 딸을 키운 일흔 넘은 아버지와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이번 캠프에 참가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근무 중인 딸을 대신해 사위와 체험 활동에 나선 김씨의 아버지는 "평소에는 '학교 어땠어?' '밥 많이 먹어' 등의 피상적 대화만 했다"며 "그런데 오늘 손주들과 문화 체험을 하면서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소통이 좀 더 깊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씨 남편은 "평소 잘 몰랐던 자녀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다"며 "딸이 리더십이 있고 아들이 유머감각이 남다르더라"며 웃었다. 그는 "무엇보다 한옥마을에 처음 숙박하게 된 애들이 신났다. 맞벌이라 서로 일, 학원 때문에 바쁜데, 이렇게 여유 있는 시간이 주어져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김지나씨 가족은 요즘 건강 문제로 장거리 여행이 힘들어진 시부모와 특별한 시간을 갖고 싶어 신청했다. 김씨는 "수도권 안에서 1박 2일로 운영돼 너무 좋다"며 "시부모께선 여행 가는 기분을 내고 싶다며 자동차 대신에 버스를 타고 오셨다"며 "주말에 동네에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면 이게 가장 좋은 문화생활 아니겠냐"며 웃었다.
김씨의 딸은 이날 우리 가족 규칙 중 하나로 '스마트폰 하는 시간을 줄이고 보드게임을 하자'고 썼다. 그는 "집에선 가족끼리 윷놀이를 해도 어른들이 틈틈이 스마트폰을 보며 우리에게 온전히 집중해주지 않아 서운했다"며 "이번 캠프가 너무 즐겁고 행복한 추억이 될 것 같다"며 기뻐했다. 김씨 아들 역시 "오늘밤 안자고 계속 놀고 싶다"며 "이런 활동을 1년에 한 번은 부족하고 세 번은 하고 싶다"고 바랐다.
김씨 시아버지는 색다른 체험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가족이 같은 공간에 있어도 따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게 공동 목표를 갖고 활동을 하니 몰입도가 높고, 웃음도 더 많아졌다"고 비교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관계자는 "문화예술이 가족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단순 체험이 아닌 세대 간 정서적 소통과 회복을 이끄는 지속 가능한 여가문화 기반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