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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내달 ESG 공시 로드맵 공개... 경제계 "스코프3 배출량은 제외해야"

불확실성에 흔들리는 ESG 경영 4·<끝> 국가별 ESG 정책 흐름 바뀌는데 국내 먼저 공시 의무화하면 불리

금융위, 내달 ESG 공시 로드맵 공개... 경제계 "스코프3 배출량은 제외해야"
다음달 금융당국의 '지속가능성 공시(ESG 공시)' 적용대상 및 추진일정을 담은 정책 로드맵 발표를 앞두고 경제계가 반발하고 있다. 상장사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는 이 제도는 내달 3일 대통령 선거 후 출범할 새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 공개 등의 기후공시 제도를 전격 보류해 국제적 흐름과도 역행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관계부처와 논의를 거쳐 ESG 공시 로드맵을 공개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초 제시한 대로 ESG 공시 로드맵을 올 상반기에 처음 내놓을 것"이라며 "ESG 공시시기를 비롯해 기업규모에 따라 어떤 내용을 공시해야 하는지 등이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주요국의 ESG 공시 일정 등을 고려해 오는 2026년 이후 국내 상장사들의 ESG 공시를 의무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ESG 중 온실가스 배출량 등의 지표를 공시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경제단체 등 경제계는 ESG 공시 의무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관계자는 "기업들은 이미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 자율공시를 통해 투자자 등 시장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자율공시도 기업이 성실하게 공시를 할 유인이 존재하는 만큼 거래소 공시나 법적 공시보다 기업 부담은 낮추고 ESG 제도 취지는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ESG 공시 쟁점인 '스코프3'는 공시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게 한경협 등 경제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스코프3란 기업이 생산과정에서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물론 공급망에서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을 모두 포함시키는 것을 말한다. 한경협 관계자는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량은 현실적으로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하다"며 "민간 대기업이 (가치사슬에 속한) 하청기업에 정보제출을 강제하는 것도 부적절해 공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ESG 제도 변화 가능성이 큰 것도 경제계 반발의 요인이다.
국가별로 ESG 경영 및 정책의 흐름이 계속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ESG 공시부터 확정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일례로 미국 SEC는 지난해 3월 자체 '기후공시규칙'을 확정해 모든 상장사에 법적 공시 의무를 부여했지만, 여러 주정부 및 산업단체들이 SEC의 법적 권한 부족과 과도한 기업 부담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해 효력이 일시 정지됐다.

성균관대 문철우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1년 사이에 미국은 ESG 관련 규제를 폐기했고 EU는 유예조치를 취했는데 한국만 이전 경향에 기초한 공시 정책과 로드맵을 그대로 진행하는 오류를 보이고 있다"면서 "정권교체기에 서둘러 기존 정책을 마무리하는 접근도 위험한 만큼 해외 주요 변화, 한국 기업여건, 재생에너지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