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주택 대체 후보지 5곳 검토 결과 '입주 불가능'
이주 수요에 "전세대란 우려"
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 선도지구 단지.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분당 1기 신도시 재건축 단지의 이주지원주택 마련 계획이 백지화됐다. 당초 정부가 발표했던 성남 분당구 야탑동 공공분양주택 건설이 주민 반발로 무산된 데 이어 성남시가 제안한 대체부지 역시 이주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온 것이다. 국토부는 전세대란을 막기 위해 착공 물량을 조절해 이주 시기를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성남시가 제안한 이주주택 대체 후보지 5곳에 대해 '2029년까지 입주가 불가능한 것으로 검토됐다'는 입장을 최근 전달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1기 신도시 이주지원 대책'을 통해 성남아트센터와 중앙도서관 사이 유휴 부지에 2029년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짓는 1500가구 규모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세운 이주대책은 '이주만을 위한 별도 주택 마련 없이 시장에 맡긴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년 예상되는 성남 원도심 정비에 따른 대규모 이주 여파와 일시적 주택 공급 부족(2028∼2029년)으로 입주 물량이 부족할 수 있다고 보고 보완책으로 공공분양주택 공급을 내놓았다.
국토부는 이주지원 대책 발표와 동시에 야탑동 후보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지만 곧장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이에 성남시가 국토부에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국토부는 '성남시가 대체부지를 마련하지 않으면 재건축 선정 물량을 줄이겠다'고 맞서며 갈등이 커졌다.
결국 성남시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포함한 5곳의 대체부지를 제안했지만 국토부는 이 부지들 또한 행정 절차와 공사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입주가 필요한 시점에 공급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주택 공급을 위해 필요한 행정 절차 2년과 공사 기간 2∼3년을 포함하면 아무리 빨리 진행해도 입주까지 4∼5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대신 국토부는 '허용 정비물량 제도'를 통해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분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건축 착공 직전 단계인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앞당기거나 늦춰 착공 물량을 조정하겠다는 뜻이다. 관리처분인가 시기가 늦어지면 재건축 완공 시기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분당 선도지구 지정 물량은 4개 구역 1만2055가구다. 정부는 2027년 첫 착공, 2030년 첫 입주를 목표로 내세워왔다.
이주주택이 없는 상태에서 분당 재건축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경우 이주 수요 집중에 따른 시장 불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개별 구역의 재건축 속도가 각기 달라지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1기 신도시에선 3∼4개 단지 통합 재건축이 추진되면서 추가 분담금과 단지별 이해관계 등 이견으로 주민 갈등이 커지고 있다.
5개 단지(4392가구)가 7000가구 이상 재건축을 추진하는 분당 양지마을에서는 수내역 인근 금호1단지와 초등학교를 낀 청구아파트가 재건축 후에도 위치 변동 없는 '제자리 재건축'을 요구하고 다른 단지들은 반대해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산본·평촌의 경우 인근 군포 당정공업지역에 2029년까지 민간아파트 2200가구를 공급하고, 유휴부지 2곳에 각 2000가구의 공공·민간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이주대책을 밝힌 바 있다.
국토부는 분당 외 다른 지역 이주대책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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