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끝> 토지이용 시스템 대변혁
경직된 현행 용도지역·지구제
사실상 주택공급 확대 걸림돌
공실·도시 다양성 저해 부작용도
서울시 2040도시계획 대전환 추진
상위법 개정 선행돼야 실용성 확보
#. 수도권은 물론 지방 택지개발지구를 가보면 넘쳐나는 상가로 신음하고 있다. 착공하지 못한 부지도 부지기수다. 온라인 유통시장의 급성장으로 상업시설이 필요하지 않지만 현행 법은 한번 상업으로 정해지면 '상가'를 짓도록 하고 있다. 용도변경은 거의 불가능 하고, 바꿔주려고 하면 '특혜' 논란이 불거지기 일쑤다. 업계 관계자는 "생활형숙박시설이나 지식산업센터 문제 역시 근본적인 원인은 현재의 토지이용 제도 때문"이라고 말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행 용도지역·용도지구를 골자로 한 토지이용 시스템이 인구 1000만 도시나 10만 소규모 도시에도 획일적으로 적용되면서 주택 공급 걸림돌은 물론 도시 경쟁력 저하, 공실 폭증 등 심각한 부작용을 만들어 내고 있다. 김인희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매우 심각한 정도로 (토지이용 제도가) 정체돼 있다"고 진단했다.
■공급 늘려라…'용적률 상향' 이유가
토지이용 핵심은 용도지역과 용도지구다. 기능이 중복되지 않도록 도시·관리·농림지역 등으로 나눠고 도시지역은 주거·상업·공업 등으로 나눠 이에 맞춰 용적률·건폐율 등을 다르게 적용한다. 여기에 토지 이용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경관지구·미관지구 등을 지정하고, 높이·용도 등을 제한하고 있다. 소방법 등 각종 법령도 각기 다르게 적용되는 구조다.
토지이용 제도가 정착된 이후 이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데 그간 도시는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도시 간 경계가 무너지고, 공간 융복합도 빠르게 진행되는 데 토지이용 제도는 수십년 전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서울 도심 재개발·역세권 활성화, 1기 신도시 재건축 등 핵심 주택공급 프로젝트들을 보면 하나 같이 용도지역 상향으로 용적률을 높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유는 예전에 정해 놓은 용도지역으로는 도저히 사업성이 나오지 않다 보니 기형적으로 이 같은 방법이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최원철 한양대 교수는 "현재 도시계획으로 사업성이 안 나오니 주택공급이라는 대책으로 '특혜 아닌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라며 "용도지역 및 지구를 세분화해 토지를 계획적으로 이용토록 한 제도가 주택 공급에 발목을 잡고 있는 한 예이다"고 말했다.
현행 토지이용 시스템 하에서는 여러 필지를 묶어 대규모로 개발하는 복합개발도 매우 어렵다. 필지별로 용도지역이 다르고 이에 따라 건폐율과 용적률이 다른 것이 주된 이유다.
■도시계획 대개편…"유연한 시스템 구축해야"
용도별로 각기 다른 건축 기준이 적용되는 것도 문제다. 이렇다 보니 지구단위계획 변경과 별개로 건물 용도변경이 거의 불가능 하다. 생활형숙박시설의 오피스텔 용도변경 허용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소방법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지식산업센터 역시 용도변경을 하려면 건축법 등 별도의 각종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용도변경이 손쉽다. 최 교수는 "미국의 경우 오피스를 비주거 용도로 바꾸도록 장려하고 있다"며 "아울러 거꾸로 노후 상업시설을 주거로 전환하는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이유는 유연한 토지이용 시스템 때문이다. 반면 우리 제도는 도시의 다양한 변화와 기능 등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도시계획의 대전환을 추진중이다. 핵심은 경직된 현행 용도지역제를 바꿔 다양한 공간을 담아낼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용도지역 개편은 도시계획의 앞으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연한 도시계획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지자체들 노력 못지 않게 상위 법의 대대적인 개정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지자체들이 토지이용 계획을 유연하게 운영하고 싶어도 상위 법은 너무 경직돼 있다"며 "지금은 국토 토지이용 시스템의 대변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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