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수학 / 홍석만 외 / 페이스메이커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수학은커녕 숫자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 수학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음에도 아들과 딸의 중고등학교 수학 과정을 보면 너무 어렵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러면서 수포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40대 후반의 나이가 되어 '야구 수학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야구로 수학을 수학답게 공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무색하게도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열정의 그라운드에서 매 경기 쏟아지는 수많은 숫자는 각자가 자신만의 의미를 품고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야구의 기록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이야기로 읽히는 이유는 숫자 속에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공 하나, 스윙 한 번이 쌓이고 쌓여 데이터가 되고, 그 데이터가 곧 수학과 연결된다. 야구장에서 어우러지는 '야구'와 '숫자'를 보면, '규칙의 야구'와 '공식의 수학'은 구조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는 '야구는 수학, 수학은 야구'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면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수학을 재밌고 즐겁게 배울 수 있을지 늘 고민했다. 학업에 지친 학생들에게 야구장은 스트레스를 풀기에 최적의 장소다. 좋아하는 친구, 가족과 함께 마음껏 소리를 지르며 응원하고,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활기 넘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야구를 내가 학교에서 담당하는 수학과 어떻게 연결해 볼 수 있을까?', '야구장이 학교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야구장에서 현장 체험활동을 할 수 있을까?', '야구장에서 수학 수업이 가능할까?'
어느 날 야구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고민은 야구 행정 전문가와 수학 교육 전문가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이어졌다. 이 책의 공저자인 류선규 단장님과의 인연을 통해 수학 교사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야구와 수학을 주제로 한 각종 토크 콘서트는 물론이고, '야구X수학'까지 집필하게 되었다.
전작에서 야구 속에 숨겨진 수학적 원리를 조명함으로써 첫발을 내디뎠다. 야구를 좋아하고, 야구계와 밀접한 사람들이 모여 '수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야구를 설명했다. 이번 책에서는 본격적으로 류선규 단장님과 손발을 맞춰 야구와 수학이 만들어내는 조화를 심도 있게 탐구하고자 한다. 야구의 키스톤 콤비처럼 필자가 2루수, 류선규 단장님이 유격수가 되어 야구를 기반으로 수학적 지식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를 바랐다.
'야구X수학'은 다양한 분의 검증과 피드백을 거쳐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목차를 구성했다. 야구를 잘 모르는 학생들이 야구의 매력을 발견하고, 수학을 포기한 학생들이 다시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소박한 희망을 담았다. 26년간 프로야구 프런트로서 누렸던 혜택을 세상에 보답하는 나만의 방법이다.
홍석만 수학 교사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