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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미래 에너지 책임질 K조선… 정부 전폭적 지원 필요" [인터뷰]

최규종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부회장
제조업 유일 글로벌 1위 타이틀
친환경·대형 선박은 압도적 우위
트럼프도 "협력 분야" 치켜세워
생산공정·주행 등 AI 도입 가속
'스마트 야드 확장' 시급한 과제
"새 정부에서도 정책적 뒷받침을"

"국가안보·미래 에너지 책임질 K조선… 정부 전폭적 지원 필요" [인터뷰]
최규종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부회장. 사진=김동호 기자
"대한민국 제조업 중에서 '글로벌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건 조선업이 사실상 유일하다. 반도체와 자동차가 제조업 대표주자로 꼽히지만, 각각 대만과 유럽·미국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업도 중국과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최근 대세로 떠오른 친환경·대형 선박에서는 한국이 압도적으로 우위다. 소중한 세계 1위 사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애정 어린 지원이 필요하다."

26일 서울 강남구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서 만난 최규종 부회장은 "조선업은 외교적 수단으로써의 전략 산업이기도 하지만, 안보와 방산에도 영향을 미친다"라며 "새 정부에서는 현재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1등 조선업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이어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미 조선업, 초당적 협력 필요

중국 조선사들은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지난해 글로벌 수주 점유율 69.9%를 달성하며 한국(15.3%)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2023년 중국 59.7%, 한국 20.3%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국내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점유율을 잠식한 과거와 겹쳐 보인다.

그럼에도 K-조선이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고부가 상선'과 '친환경 선박 기술력' 덕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한국 정상과의 첫 통화에서 '조선 협력'을 요청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 부회장은 "지난달 주요 업종별 단체 대표들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각계 전문가들과 면담을 했다"라며 "4월 2일 미국 정부가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며 온통 관세 정책에 관심이 쏠려 있었지만, 미국측 관계자의 첫 마디는 '관세는 협상의 대상이고, 조선은 협력의 대상'이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미국이 자국의 조선업 부활을 위해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얼마나 절실히 희망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지난해 5월 미국의 민주·공화 양당의 상·하원 의원들이 공동으로 미국의 해양 전략을 담은 '국가 해양전략을 위한 의회 지침서'를 발표했고, 1년 뒤인 이달에는 양당 의원 공동으로 '조선 및 항만인프라 법'을 발의해 미국 조선업 부흥을 모색하고 있다"라며 "미 해군이 필요로 하는 함정과 잠수함을 넘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서의 극지용 쇄빙선 등도 조선업 내에서만 보면 모두 미국과 한국이 '윈-윈'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특히 국내 조선소 도크가 이미 포화상태지만, 미국의 전략 선박 생산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 부회장은 "지난달 기준 한국 조선소 수주잔량은 672척·357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대략 3년치 일감을 가지고 있다"라면서도 "2011년 우리 조선소는 최대 545척·1630CGT를 생산한 실적이 있는 만큼, 인력과 산업생태계가 보강된다면 추가적 조선소 신설과 확장 없이도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업에도 AI 물결… 지원 절실

특히 올해 4월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제83차 국제해사기구(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국제해운 온실가스감축 중기조치를 승인한 것도 K-조선에는 큰 호재다. 이번 조치에 따라 국제항해를 하는 5000t급 이상 선박이 기준에 미달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른 비용을 내야 한다. 오는 10월 정식 채택되면 2027년 상반기부터 시행된다.

최 부회장은 "우리 조선업계는 기존 에너지 저감기술에 더해 친환경 대체연료 추진시스템 개발에 연구개발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며 "IMO는 2050년 국제해운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이 가속화되면 우리 조선업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지난해 신규 수주 점유율이 20%를 밑돈 것을 두고 조선업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지원을 당부했다. 최 부회장은 "조선업은 국가 안보와 미래 에너지 확보에 매우 중요한 산업인 만큼,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략 산업 중요성을 고려해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작년 발주된 선박 절반 이상이 친환경 선박이었던 만큼, LNG운반선 뿐만 아니라 수소·암모니아 선박, 전기추진 선박의 조기 상용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미래 조선시장도 인공지능(AI)의 물결이 거세지는 만큼, 설계부터 생산, 물류, 품질관리, 안전까지 전 공정의 디지털화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전했다. 그는 "조선업이 힘들고 위험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최근 AI와 스마트화가 빨라지며, 일각에서는 자동차보다 자율주행기술 도입이 더 빨리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라며 "첨단 기술기반의 '스마트 야드'를 조성하는데 대폭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호소했다.
또 "AI 개발 및 운용 능력을 갖춘 전문인력과 고숙련 생산인력의 확보와 육성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를 위해 업계 차원의 애로사항을 발굴하고 정부, 국회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도 강조했다. 최 부회장은 "조선업은 요즘 미운 오리새끼에서 화려한 백조로 변신하고 있다"라며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새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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