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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에 세금 매긴 IRA… 투자 미루고 현금 늘린 기업들 [한미재무학회, 석학의 제언]

IRA 이후 잉여자금의 딜레마
도널드 오토어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 석좌교수
자사주 매입에 1% 세금 부과하는 IRA
일회성 배분보단 기업 재투자 유인 목적
2022년 '자사주 매입' 규모 1조달러
'6천억달러' 현금 배당보다 높은 비중
"배당보다 유연한 주주환원 수단 인식"
IRA 이후 기업 자사주 매입 20% 뚝
감소분의 25%만 현금 배당으로 전환
전체 주주환원만 줄어드는 결과 초래
투자로도 연결 안돼 보유현금 늘어
경영진의 대리인 문제 가능성 시사
기업 잉여자금 활용 방식 고민해야

자사주 매입에 세금 매긴 IRA… 투자 미루고 현금 늘린 기업들 [한미재무학회, 석학의 제언]
도널드 오토어 교수는 플로리다주립대학교 경영대학 재무학과의 학과장이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업의 자본조달(신주발행 및 자사주매입), 증권분석가의 역할, 공매도, 블록체인 기술의 금융 응용 등 기업 재무와 투자 관련 주제를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를 수행해왔다. 오토어 교수는 2012년부터 해마다 개최되는 선트러스트 학회의 운영책임자를 맡아 학계와 산업계의 교류를 이끌고 있으며 버지니아 공과대학에서 재무학 박사 학위, 센트럴플로리다대학교에서 MBA와 기계공학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자사주 매입에 세금 매긴 IRA… 투자 미루고 현금 늘린 기업들 [한미재무학회, 석학의 제언]
허정식 교수는 미국 루이지애나 공과대학교 경영대학 정교수로 재직 중이며 행동재무학, 계량재무학, 자산가격결정이론 등의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를 했다. 버지니아 공과대학교에서 재무학 박사학위, 텍사스에이앤앰에서 통계학 석사학위,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와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자사주 매입은 미국 기업의 주요 주주환원 수단으로 2022년 약 1조달러에 달했으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약 20% 감소했다. IRA은 여러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미국 연방법으로서 2022년 12월 31일 이후에 이뤄진 기업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1%의 세금(excise tax)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이 법의 기본적인 의도는 이 세금이 자사주 매입 비용을 증가시킴으로써 경영진이 현금을 주주에게 자사주 매입 형태로 분배하는 대신 회사에 재투자를 유도할 의도로 설계됐다.

대담 = 허정식 美 루이지애나 공과대 경영학 교수

도널드 오토어 플로리다주립대학교 석좌교수는 "배당 증가는 자사주 매입 감소의 25% 수준에 불과했고, 투자로 전환되지 않았다"며 "대신 자사주 매입 감소는 배당이나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고 결국 기업의 현금 보유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미국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하는 이유는.

▲공개 시장에서 자사주 매입은 현금 배당에 비해 매우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활용해왔다.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발표하는 기업은 종종 주가가 긍정적으로 반응하는데 이는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려는 의지가 해당 주식이 고평가되지 않았으며 실제로는 저평가됐을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또 자사주 매입을 통해 현금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은 경영진이 잉여 현금을 잘못 사용하는 것과 같은 대리인 문제(agency conflict)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미국에서 자사주 매입은 수십년 전부터 일반적인 행위였지만, 최근 몇십년 사이에 미국 상장기업들 사이에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십년간 자사주 매입은 현금배당을 앞질러 주요한 주주 환원 수단이 됐다.

―자사주 매입 현황은.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 기업을 폭넓게 분석한 결과 2022년 한 해 동안 전체 자사주 매입 규모는 약 1조 달러(1400조원)에 달한 반면, 현금 배당금은 6000억달러(840조원)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었다. 자사주 매입이 최근 몇십년 동안 배당금을 제치고 주요한 수단이 된 핵심 이유 중 하나는 경영진이 자사주 매입을 배당보다 더 유연한 수단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유연성 덕분에 기업은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잉여 현금을 활용하면서도 현금배당의 경우처럼 지속적인 현금 지급에 대한 확고한 약속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이 있다. 이는 기업이 투자 가치를 더하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기업의 자사주 매입에 대한 효과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IRA에 따른 세금정책이 시행된 이후 기업들이 배당 정책을 조정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미국 기업 전반에 걸친 폭넓은 표본에서 총자사주 매입 규모는 2022년 약 1조달러(1400조원)에서 2023년 약 8000억달러(1120조원)로 약 20% 감소했다. 기업 특성의 차이를 고려한 정교한 통계 분석 결과, 평균적인 기업의 분기별 자사주 매입 금액은 IRA 시행 이후 1036만달러(약 145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시가총액 대비 비율로 살펴보면, 분기별 자사주 매입 규모가 0.104% 감소했다. IRA 시행 전 평균 수준과 비교하면 이는 각각 16% 및 25%의 감소를 의미한다.

―IRA가 기업 배당에 미치는 영향은.

▲자사주 매입의 감소가 배당 증가로 보완되지 않았다. 동시기에 배당이 증가한 규모는 자사주 매입 감소분의 약 25% 수준에 불과했다. 자사주 매입의 급격한 감소에 대해 배당이 소폭만 증가한 사실은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영구적인 이익을 배당으로 분배하는 반면 일시적인 현금흐름 충격을 자사주 매입으로 분배한다는 기존 연구들의 견해와 일치한다. 따라서 종합적으로 총 주주환원 규모가 크게 감소했다.

―자사주 매입 규모의 감소가 당시의 경제상황에 인한 것인지.

▲일반적인 경제상황, 주식시장의 상태 또는 시장 이자율등이 자사주 매입 규모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오랜 기간 동안 거의 0%에 가까웠던 금리가 끝나고, 2022년 초부터 미국의 단기 국채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금리 상승 속도는 매우 빨랐으며 약 0.5%에서 시작해 2022년 말에는 거의 5%에 도달했고 이러한 높은 금리는 2023년에도 지속됐다.

이러한 금리 상승은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과 같은 재량적 현금 지출을 줄이는 대신, 높은 수익률의 국채에 자금을 투자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을 설명해준다. 중요하게도 비슷한 금리 상승 흐름은 캐나다에서도 나타났으며 전반적인 경제 상황 또한 유사했다.

자사주 매입규모의 감소가 IRA 세금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 의한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캐나다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변화를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캐나다 기업은 미국과 유사한 거시경제적 영향을 받지만 IRA에 의한 세금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미국 자사주 매입 감소의 60% 이상은 일반적인 거시경제 요인과는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IRA에 의한 세금이 자사주 매입 감소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시사한다.

―자사주 매입 규모의 감소가 당시의 해당 기업의 수익성 또는 주가에 의한 것인지.

▲기업의 수익성과 주가는 자사주 매입의 대표적인 결정 요인이다. 따라서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평균 분기 수익성이 증가한 기업과 감소한 기업, 그리고 동일 기간 동안 평균 분기 주가가 상승한 기업과 하락한 기업으로 나눠서 분석한 결과 모든 그룹에서 자사주 매입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익성이 증가했거나 주가가 하락한 기업들(즉 자사주 매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의 자사주 매입 활동이 감소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는 IRA 의한 세금의 효과가 다른 요인들과 무관하게 폭넓게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자사주 매입규모의 감소가 과거에 비해서 어떤가.

▲IRA 세금에 의한 자사주 매입규모의 감소는 미국 기업들의 통상적인 자사주 매입 변동폭에 비해 매우 큰 수준이다. 과거의 배당 및 자사주 매입 활동의 변동성을 살펴보고, 자사주 매입세 도입 시점에서의 감소 규모를 평가한 결과, 기업의 분기별 평균 자사주 매입 규모(시가총액 대비 비율)는 IRA 세금 도입 이후 0.10%p 감소했다. 이는 분기당 평균 자사주 매입 비율인 0.41%에 비해 약 25% 감소한 수치이다. 비교를 위해 과거 18년 동안의 연도별 자사주 매입 변화를 분석한 결과, 자사주 매입세 도입 시점보다 더 큰 감소가 나타난 해는 단 한 번뿐이었으며, 그 시기는 바로 2008~2009년 금융위기로 이는 매우 예외적인 역사적 상황이었다.

이러한 분석은 자사주 매입세 도입 시점의 감소폭이 과거 미국 자사주 매입의 통상적인 변동폭과 비교해도 매우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대한 세금이 기업의 주주환원(배당 및 자사주 매입) 활동을 실질적으로 감소시켰다는 점을 시사한다

―IRA 의도대로 자사주매입에 대한 세금 부과가 기업들의 투자증대로 이어졌는지.

▲이론적 관점에서, 밀러와 모디글리아니는 기업의 투자 결정이 주주 환원(배당 및 자사주 매입) 결정에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기업은 먼저 모든 가치 있는 투자 결정을 수행한 후 남는 잉여 자금을 주주에게 환원해야 한다.

오토어의 논문은 IRA 시행 이후 자사주 매입 감소가 기업의 투자 증가로 이어졌는지를 실증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다음의 두 가지 방식으로 분석을 수행했다. 결론적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의한 자사주 매입에 대한 세금 부과는 자사주 매입 규모 감소, 투자증가 부재, 기업들의 현금 보유 증가로 나타났다. 이는 재무이론의 핵심 가정과 일치한다. 핵심가정은 경영자는 가치 있는 모든 투자를 완료한 뒤에야 잉여 현금을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늘어난 현금 보유가 향후 대리인 문제(자원을 비효율적으로 활용하거나 낭비하는 경영 행태) 로 이어질 가능성은 시간이 지나야 더 명확히 드러날 것이다. 기존 재무이론(이스터브룩과 젠센)에 따르면 잉여 현금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은 대리인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미재무학회(KAFA)는 지난 1991년 미주지역 재무 연구자들의 학술적 발전 및 상호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발족한 학술단체다. 3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현재 미주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유럽, 호주 지역 한인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07년부터 한미재무학회의 학문적 성취를 장려하기 위해 KAFA를 후원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