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반덤핑 관세 요청 잇따라
中·대만 석유수지에 최대 18.52%
정부 조치에도 업황 회복은 '한계'
전문가 "산업보호정책 병행돼야"
중국·대만·사우디아라비아산 저가 석유화학 제품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국내 석화업계는 반덤핑 조치를 사실상 '생존 방패'로 삼아 가격안정과 고객이탈 방지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롯데케미칼 등 주요 업체들은 수급안정과 고객 유지를 위해 공급전략을 재정비하며, 하반기 반등을 위한 수성전략에 돌입했다. 철강업계도 중국산 저가재로 인해 가동률이 급락하는 등 피해가 현실화되면서 긴급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무역위, 중국·대만산에 반덤핑 관세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무역위원회는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국내 기업이 제소한 중국·대만산 석유수지에 대해 2.26∼18.52%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코오롱인더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대만 업체의 저가공세로 실질적인 피해를 입어왔다"며 "무역위의 결정이 공정한 경쟁환경을 회복하고, 국산 석유수지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코오롱인더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석유수지 사업의 고부가가치 전환과 생산 유연성 확보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특히 △C5·C9 석유수지 △수첨 석유수지(HR) △폴리머 개질 레진(PMR)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늘리는 한편 재활용 원료(PCR) 기반 제품군도 확대하며 제품 다변화와 유연한 생산체계를 통한 후속 대응에 나서고 있다.
롯데케미칼도 사우디산 부틸글리콜에테르(BGE)에 대한 반덤핑 관세 연장을 요청한 상태다. BGE는 도료·잉크·액정표시장치(LCD) 박리액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핵심 중간재로, 사우디산 저가제품 유입이 국내 시장가격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사우디산 제품에 관세가 적용돼야 국내 제품과 가격이 비슷해진다"며 "관세가 해제되면 수입재와의 가격 격차가 커져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BGE에 대한 반덤핑 연장 여부는 오는 9월 결정될 예정이며, 롯데케미칼은 이미 영업이익률 하락 등 피해자료를 제출한 상태다. 회사는 현재 가격안정과 고객이탈 방지를 위해 수입물량 추이를 면밀히 살피며 수급조절에 나섰다.
현재 석화업계는 2·4분기를 실적 반등보다 하반기 회복을 위한 '수비구간'으로 보고, 가격안정과 수요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중동발 저가공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정고객 유지와 생산효율성 제고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철강도 예외 없다" 가동률 '뚝'
반덤핑 대응은 철강업계에서도 핵심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현대제철은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했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최대 38%의 잠정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접수한 반덤핑 제소사건은 총 11건으로, 이 중 철강·비철금속과 화학 분야가 각각 4건씩이다.
업계 일각에선 반덤핑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과 중동 업체들이 원가 이하의 장기계약 물량으로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선 수익성 악화를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고부가·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출인센티브 확대와 기술기반 산업 보호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과 중동 국가들이 원료자원을 앞세워 대규모 증설에 나서면서 가격경쟁 자체가 어려운 구조"라며 "일시적 경기부진을 넘어 석유화학업계가 구조적 전환을 요구받는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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