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난해 1월 투자 발표 이후
실질적 지침·회의 없이 검토 머물러
업계 친환경연료 전환사업 위기감
정부 "연내 투자 로드맵 수립 목표"
정부와 정유업계가 지난해 초 약속한 '6조원 규모의 친환경연료 투자계획'이 발표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의 관련 투자집행 내역은 불분명하거나, 여전히 기술검토와 연구개발(R&D)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동반 불황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 역시 친환경연료 사업으로 추진한 수소·암모니아 사업을 잇따라 연기·지연시키는 등 친환경연료 전환사업 전반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연내 구체적인 사업 로드맵 수립을 목표로 후속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특단의 대책이 아니고서는 떨어진 동력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월 정유 4사와 함께 오는 2030년까지 총 6조원을 투입해 친환경 기반 연료 등의 생산설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수소첨가 바이오디젤·지속가능항공유(HBD·SAF) 3조6140억원 △폐플라스틱·폐윤활유 연료화 2조4500억원 △바이오디젤 390억원 등 세부 투자계획도 공개되며 민관 협력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았다. 본지 취재 결과 정부 차원의 후속 회의나 실무 논의는 열리지 않았고, 기업들도 사업보고서상 실질적 투자 집행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유 4사 가운데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인도네시아에서 바이오 원료 정제시설을 구축 중인 GS칼텍스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사업 진척이 없는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녹색채권으로 조달한 1020억원 중 728억원을 기존 정제설비 개선에 사용한 것을 제외하고 바이오 연료 부문에서 뚜렷한 투자실적이 없다. 관련 설비 확충이나 생산라인 확충계획도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에쓰오일은 국내 정유사 중 처음으로 국제지속가능성인증(ISCC) 3종을 동시에 취득했지만, SAF 전용설비 구축은 여전히 타당성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고 구체적인 투자계획도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는 기존 설비를 활용한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SAF를 생산, 국내 항공사에 공급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258억원의 R&D 예산 중 일부를 수소·암모니아 촉매 기술과 탄소저감 소재 개발에 사용했지만, 사업보고서상 친환경연료 설비 관련 직접투자 내역은 명시되지 않았다.
정유 4사 모두 개별 차원의 기술검토와 연구는 진행 중이나, 정부와 공동발표한 6조원 규모 투자 로드맵은 실행단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발표 이후 실질적인 지침이나 회의가 없었다"며 "친환경 사업 역시 내부검토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바이오연료 수요 확대에 대응하려면 정부가 선제적으로 규제 로드맵과 세제 인센티브, 기술인증 제도 등을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SAF 혼합비율 의무화, 탄소감축 인센티브와 같은 정책적 유인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대규모 설비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정부는 연내에 친환경연료 전환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장은 "산업부는 당초 올해 6월까지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정국 혼선 등의 영향으로 일정이 지연됐다"며 "현재는 투자 인센티브 방안 등을 포함해 연내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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