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에 있는 화웨이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선전(중국)=구자윤 기자】‘이제 한국이 중국을 무시하면 안 되겠구나’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화웨이를 칭찬할 만하네’
지난 23~24일 이틀에 걸쳐 중국 선전에 있는 화웨이 플래그십 스토어 2곳을 방문하고 다양한 기기들을 체험하면서 든 생각이었다. 이 곳은 1만㎡ 규모로 매장 전면이 유리로 돼 있어 애플 스토어 같은 느낌을 준다. 지상 1층에는 체험공간, 지하 1층에는 사후관리(AS) 센터로 구성돼 있다.
■ 퇴근길 한복판서 자율주행 체험.. 유턴·주차까지
화웨이 플래그십 스토어에 전시된 '아이토' 브랜드 차량들. 사진=구자윤 기자
먼저 정문 바로 옆에는 자동차가 3대나 있어 이 곳이 차량 매장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완성차 업체 세레스가 화웨이와 손을 잡고 ‘아이토’ 브랜드로 출시한 차량 ‘아이토 M8’, ‘아이토 M9’, ‘아이토 M5’가 나란히 전시돼 있어 일반 자동차 전시장처럼 시승도 할 수 있었다.
지난달 16일 출시한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토M8’은 가격이 8000만원~1억원에 달하는 데도 1시간 만에 2만대가 팔렸고 한 달간 8만대를 판매할 정도를 인기를 끌었다. 스마트 콕핏과 하모니(훙멍) OS를 적용해 “트랜스포머5 틀어줘”라고 말하자 차량 뒷좌석에서 32인치 빔 프로젝터가 나온 뒤 트랜스포머5가 재생됐다.
운전대에 손을 대지 않고 차량이 알아서 유턴하는 모습. 사진=구자윤 기자
더 백미는 ‘아이토 M9’으로 체험한 자율주행이었다. 단순 시험코스 주행이 아닌 무단횡단과 수시로 오토바이가 출몰하는 선전 시내 한복판 도로, 그것도 퇴근시간에 자율주행을 경험하게 됐다. 기본적인 자율주행뿐 아니라 장애물 인식과 회피, 차선 변경, 신호 대응에도 능숙했다.
아무도 탑승하지 않은 상태에서 차량이 알아서 주차를 하는 모습. 사진=구자윤 기자
화웨이 관계자는 “하루에 2000km 주행을 하면서 시뮬레이션 훈련을 시킨 결과 지금은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 됐다”고 밝혔다. 아직은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이지만 시험코스가 아닌 퇴근길 도로에서 실제 주행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도로 주행 시에는 만약을 대비해 운전석에 사람이 탔으나 두 손을 무릎에 둔 채 운전대에 손을 대지 않았고, 심지어 주차할 때는 사람이 다 내린 상태에서 차가 스스로 주차한 뒤 열려 있는 창문까지 닫았다.
중국 선전에 있는 화웨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최근 공개된 폴더블 노트북이 전시된 공간에 인파가 몰렸다. 사진=구자윤 기자
■ 폴더블 노트북·스마트폰 눈길.. 이러다 중국에 뒤질라
물론 자동차는 화웨이 플래그십 스토어의 일부에 불과했다. 차량 전시 공간을 지나 매장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화웨이 스마트폰, 노트북, 스마트시계, 무선 이어폰 등이 전시돼 있었다.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화웨이 폴더블 노트북 '화웨이 메이트북 폴드 울티메이트'에서 가상키보드가 활성화된 모습. 사진=구자윤 기자
가장 인기인 제품은 최근 공개된 폴더블 노트북 ‘화웨이 메이트북 폴드 울티메이트’였다. 이 제품을 만져보기 위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인파가 몰렸다. 중앙처리장치(CPU)가 3년 전 나온 플래그십(최고급) 스마트폰 프로세서와 성능이 동급이라는 점, 폐쇄적인 하모니 OS와 화면 크기 대비 작은 배터리 용량, 화면 내구성에 대한 의문으로 인해 이 제품을 당장 400~500만원 주고 사기엔 무리로 보였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과거보다 과감한 도전을 덜 하는 반면 화웨이는 여전히 혁신을 시도하려 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화웨이 새 보급형 스마트폰 '화웨이 노바 14 울트라'. 사진=구자윤 기자
또 매장을 처음 방문한 지난 23일은 마침 화웨이의 새 보급형 스마트폰 ‘화웨이 노바 14 프로’, ‘노바 14 울트라’가 출시된 날이었다. 보급형폰 답지 않게 베젤(테두리)이 좁은 편이어서 디자인이 플래그십폰 같은 느낌을 줬다. 두 제품 모두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화웨이 기린 8020을 적용했으며 가격은 3499위안(약 67만원)부터 시작한다. 이 밖에 두 번 접는 트라이폴드폰 ‘화웨이 메이트 XT’, 클램셸(조개껍데기) 모양의 폴더블폰 ‘화웨이 퓨라 X’ 등도 눈길을 끌었다.
화웨이 폴더블폰 '화웨이 퓨라 X'. 사진=구자윤 기자
이처럼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규제 속에서도 부활 조짐을 보이면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로부터 빠르게 혁신하는 기업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제 우리도 화웨이를 단순 기술·정보 유출, 또는 베끼기 기업이라고 폄하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우리 기업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우리 기업들도 이제는 기술 면에서 중국에 뒤질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더 차별화에 힘써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