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행사시 스텝업 연 2.5% 가산 등 경영상 불이익
기안기금, 올해 말 운용기간 종료
제주항공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항공이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부터 지원받은 364억원 규모 영구CB(전환사채)에 대해 6월 말 콜옵션(우선매수청구권) 발동시 행사키로 했다.
기안기금은 코로나19 당시 항공업과 해운업을 비롯한 자동차, 조선, 기계, 철강, 정유, 항공제조, 석유화학업 등 기간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40조원 한도로 조성한 자금이다. 2024년 10월까지 1조2000억원이 투입되는데 그쳤고, 올해 말 운용기간이 종료되면서 청산될 예정이다.
29일 제주항공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유동성 자금을 확보해 가지고 있는 자금으로 기안기금 영구CB를 전액 상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기안기금으로부터 1821억원을 지원받았다. 대출은 총 1457억원 규모로 2번에 걸쳐 집행됐다. 금리는 각각 연 2.98%, 3.82%다. 이미 상환했다.
만기 30년인 영구 CB는 364억원 규모다. 쿠폰금리 5%다. 6월 말부터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데, 행사하지 않으면 '스텝업’(Step up)'으로 연 2.5%의 추가 금리가 적용된다. 스텝업이란 채권 발행 이후 일정 기한이 경과하면 금리가 가산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제주항공 임직원의 연봉을 올리지 못하고 고용을 유지해야하는 등 경영상 제약도 받는다.
이와 관련 AK홀딩스 고위관계자는 "제주항공에서는 기안기금 자금을 미리 갚을려고 했다. 갚지 않으면 경영상의 불이익이 많다"고 설명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기안기금으로부터 3000억원 규모 지원을 받았다. 2400억원 규모 대출(연 7.6% 금리), 622억원 규모 영구CB(연 7.3%)로 영구CB에 대한 콜옵션 행사 가능일 및 스텝업 조건은 제주항공과 동일했다.
하지만 2024년 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서 기안기금 자금에 대한 상환이 이뤄졌다. 기안기금측은 심의위원회를 열어 조기 상환을 허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이 기안기금 자금 상환을 준비하고 있지만 모그룹인 애경그룹의 상황은 녹녹치 않다. 애경그룹은 AK홀딩스(45.08%)와 애경자산관리(18.05%),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63.38%를 매각하기 위해 매각주관사에 삼정KPMG까지 선정한 상태다.
애경산업의 시가총액은 27일 종가 기준 3911억원이다. 애경산업이 매각하는 지분 63.38%를 대입해 보면 실질적인 매각 지분가치는 2478억원을 넘는다. 하지만 애경산업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 6000억~7000억원 안팎 가격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5000억원 아래가 적정 가격으로 보고 있다. 산업 자체가 하방곡선을 그리고 있는 만큼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AK홀딩스는 2022년 9월 제주항공 유상증자에 참여 목적으로 제주항공 지분 약 33%를 담보로 13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한 적도 있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우리투자증권 등으로부터다. 담보유지비율은 120~180% 수준이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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