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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1년' 자사주 소각 활발... 상장사, 5개월만에 21조 태웠다 [6·3 대선]

이재명 '소각 의무화' 공약

'밸류업 1년' 자사주 소각 활발... 상장사, 5개월만에 21조 태웠다 [6·3 대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자사주 소각 제도화를 언급하면서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자사주 소각 규모가 5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소각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1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이 공시한 자사주 소각 결정 규모는 20조7100억원에 이른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추진되면서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 주목을 받았던 지난해 전체 소각 금액(13조9000억원)을 단 5개월 만에 앞질렀다.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전인 2022년과 2023년 한 해 자사주 소각 규모는 각각 3조1000억원, 4조8000억원에 불과했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을 취득한 뒤 없애버리는 행위다. 이 경우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 가치가 높아지게 된다. 투자자 입장에선 보유 종목의 주가가 상승해 직접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올해 가장 큰 규모로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20일 3조원 규모의 보통주 5014만4628주와 우선주 691만2036주를 소각했다. 최근 매입한 3조원 규모의 자사주 중 임원 보상으로 활용할 5000억원을 제외한 2조5000억원어치도 소각할 방침이다. 이번 자사주 소각까지 마치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5조500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소각한다.

최근 기업 자사주 소각은 이재명 후보가 대선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제도화해 주주이익 환원을 이끌어내겠다고 내걸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이 후보는 전날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보유 중인 자사주를) 예외 없이 소각해야 한다고 요구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이게 약간의 예외가 필요하다고 한다"며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해서 세밀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탈법 수단으로 회사의 돈, 즉 주주 돈으로 자사주를 산 다음에 백기사에게 파는 등 처분 지배권이 있는 소수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해 쓰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것도 포함해) 가능하면 빨리 제도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이 후보가 내건 상장사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론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공시 강화 등 제도 개선이 시행됐음에도 여전히 일부 기업에서는 경영권 방어 등 지배주주 사익 추구에 자사주를 활용하는 양상"이라며 "지배구조 개선, 주주환원 측면에서 자사주 원칙적 소각은 진작에 도입됐어야 하는 정책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자사주 소각 원칙적 소각 제도화를 재차 공언하면서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종목들의 주가 역시 급등하고 있다. 자사주 비중이 53.1%에 육박하는 신영증권 주가는 이날 3.92% 상승 마감했다. 마찬가지로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롯데지주(13.21%), SK(8.32%)도 이날 주가가 급등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