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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리스크 지속…현대차, 美판매가격 인상 '고심' 거듭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 두 달째 지속 현대차, 비관세 재고 물량 바닥 판매 점유율 확대 vs 수익성 방어 '고민' 다른 국내 기업들도 가격 인상 고심

관세 리스크 지속…현대차, 美판매가격 인상 '고심' 거듭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전경. 현대차 제공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수입차 25% 관세 부과가 두 달 째 계속 유지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이 현지에서 가격 책정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이후에도 가격을 동결해왔는데, 보유한 재고가 소진됨에 따라 가격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다만 관세 정책이 오락가락한 상황인데다 판매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어 동결과 인상을 두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 5월 현대차·기아의 해외 판매량은 51만6025대로 집계돼 전년 대비 0.6% 늘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가운데 소폭이나마 전년 대비 상승세를 기록한 것인데, 이는 현대차·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호실적을 올린 영향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내수 시장 부진으로 국내를 포함한 전체 판매는 62만322대로 작년 보다 0.2% 줄었다.

문제는 이달부터다. 현대차그룹이 해외에서 견조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미국 시장에서 호실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인데,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현지에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자동차 판매 가격 인상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앞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4월 미국이 완성차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이날까지 현지에서 차량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 시한이 다가왔다. 지금까지 현대차가 미국에서 가격을 동결할 수 있었던 것은 관세 부과 전 재고분을 대거 쌓아놨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현대차의 현지 내 보유 재고는 3.1개월 수준이었다. 이에 현대차는 재고분을 적극 활용해 관세로 인한 타격은 줄이면서도 판매 점유율도 함께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보유한 재고도 점차 소진되면서 현대차는 가격 인상 여부를 다시 고민하고 있다.

업계에선 현대차가 재고가 유지되는 이달 말까지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현대차의 최다 판매 지역인데, 자칫 단기적인 수익성 방어에 치중해 가격을 올릴 경우 점유율 싸움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3위 완성차 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이 미국에서의 급격한 성장이 결정적이었다는 점도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다만 관세로 인한 타격이 조단위 수준이어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결국 가격을 올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교보증권은 현대차 단일 기준으로 연간 관세 추정치가 약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미국 판매 가운데 수입 비중이 65%로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일각에선 가격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대형차부터 미국 내 가격을 인상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다른 국내 대기업들도 미국 시장에서 가격 인상을 고심 중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생산지 유연화 전략 등을 구사하고 있으나 관세부담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한미 관세협상 등이 변수가 될 것이나, 만일 당초 부과됐던 관세대로 간다면 가격을 인상할 수 밖에 없는 한계상황이 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