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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이 뭐길래"...순간 판단이 순위 갈랐다 [권마허의 헬멧]

9라운드 F1 스페인 그랑프리
베르스타펀, 10초 패널티 왜?
알론소 역대 가장 늦은 점수 획득
'베테랑' 훌켄버그 6년만 5위로

세계 3대 스포츠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인기가 많지만 유독 국내에는 인기가 없는 ‘F1’. 선수부터 자동차, 장비, 팀 어느 것 하나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는 그 세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격주 주말, 지구인들을 웃고 울리는 지상 최대의 스포츠 F1의 연재를 시작합니다. 때로는 가볍고 때로는 무거운 주제들을 다양하게, 그리고 어렵지 않게 다루겠습니다. F1 관련 유익하고 재미있는 정보를 원하신다면, ‘권마허의 헬멧’을 구독해주세요.
"자존심이 뭐길래"...순간 판단이 순위 갈랐다 [권마허의 헬멧]
막스 베르스타펀(레드불)이 5월 3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카탈루냐 서킷 9라운드 경기에서 퀄리파잉(예선) 세션을 앞두고 차고에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2025년 F1, 어느새 3분의 1을 돌았습니다. 맥라렌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시즌이 지나면서 조금씩 재미를 더하는 모습입니다.
5월 30~6월 1일 스페인에서 열린 F1 9라운드에서도 여러 변수가 나왔습니다. 크게 4가지 포인트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①최근 지속적으로 예민한 모습을 보인 막스 베르스타펀(레드불)은 조지 러셀(메르세데스)과 경기 중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이로 인해 베르스타펀이 10초 패널티를 받았습니다. ②페르난도 알론소(애스턴마틴)가 올 시즌 첫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개인 기준 역대 가장 늦은 스타트입니다. ③2010년 데뷔한 F1 '베테랑' 니코 훌켄버그(킥 자우버)는 2019년 이후 가장 좋은 성적(5위)을 냈습니다. ④랜스 스트롤(애스턴마틴)은 손목 부상과 컨디션 부진으로 경기를 뛰지 못했습니다. 이밖에도 이번 9라운드는 압도적인 상위 4명을 제외하고는 '언더독의 반란'이 있었습니다. 특히 7~10위 낯선 이름들이 많이 있었죠.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경기장 특징을 살펴보겠습니다. 스페인 F1 바르셀로나-카탈루냐 서킷은 길이 4.657㎞, 랩 수 66개에 달합니다. 일반적으로 건조하고 따뜻한 날씨에 고속, 저속 코너가 섞여 있어 타이어 마모가 심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한 서킷이라는 뜻입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여러 변수를 담은 F1 9라운드 경기, 지금 출발합니다.
콜라핀토 불운 계속...하자르 6위로 '변수'
"자존심이 뭐길래"...순간 판단이 순위 갈랐다 [권마허의 헬멧]
오스카 피아스트리(맥라렌), 베르스타펀 차량이 6월 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카탈루냐 서킷 9라운드 경기에서 질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Q1, 프랑코 콜라핀토(알핀)의 불운이 계속되는 모습입니다. 그는 5월 7일(현지시간) 기존 알핀 소속 잭 두한 대신 교체된 선수로 최소 5경기를 뛸 수 있습니다. 올 시즌 그의 첫 경기였던 7라운드에서 차가 반파돼 낮은 순위(16위)를 기록했고 8라운드에서는 13위를 기록했지만 포인트를 얻지 못했습니다.

이번 경기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졌습니다. Q1부터 차에 이상이 생겼고, 19위를 기록하며 Q2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Q1에서는 콜라핀토 차가 멈춘 것 외에 큰 사고는 없었습니다. Q1 탈락자는 훌켄버그, 에스테반 오콘(하스), 카를로스 사인츠(윌리엄스), 콜라핀토, 츠노다 유키(레드불)입니다. 15위와 16위의 기록 차이가 0.05초, 20위와 0.25초 정도 날만큼 접전이었습니다. 사인츠, 츠노다 선수가 Q1에서 탈락하며 이변을 낳았습니다. 1위는 맥라렌의 피아스트리가 올랐습니다.

Q2에서는 최근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아이작 하자르(레이싱 불스)이 6위에 오르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그 전까지 12위로 탈락권에 있었지만 마지막 플라잉 랩에서 6위로 껑충 뛰어 오른 모습입니다. 하자르는 7라운드 9위, 8라운드 6위 등 최근 연속 포인트를 얻고 있는 선수입니다. 올해 개인 최고의 페이스를 보이는 알렉산더 알본(윌리엄스)는 11위로 Q3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Q2 탈락자는 알본, 가브리엘 보톨레토(킥 자우버), 리암 로슨(레이싱 불스), 랜스 스트롤, 올리버 베어먼(하스)입니다. 베어먼은 Q1 진출은 무난하게 하지만 Q2부터는 좀 부진한 모습입니다.

Q2 이후 팀별 팀라디오를 듣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12위에 오른 보톨레토는 "여러분 덕에 좋은 기록을 냈다"며 기뻐했지만, 11위 알본은 "하스가 매너 없는 전략을 썼다"며 불평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Q3, 올 시즌 계속 보고 있는 맥라렌 독주 체제지만 다시 봐도 놀랐습니다. 오스카 피아스트리, 랜도 노리스가 또 다시 폴 포지션, 2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올 퍼플'(전 섹터에서 신기록)을 세운 피아스트리의 실력이 정말 놀랍습니다. 통산 네번째 폴 포지션입니다. 3위는 베르스타펀, 4위는 러셀이 기록했으며 한때 5위까지 올랐던 '백전노장' 알론소는 어느새 10위까지 밀렸습니다. 피에르 가슬리(알핀)이 8위, 하자르가 9위에 각각 올랐습니다.

베르스타펀, FIA 지시 거절했다 '10초 패널티'
"자존심이 뭐길래"...순간 판단이 순위 갈랐다 [권마허의 헬멧]
6월 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카탈루냐 서킷 9라운드 경기에서 차량들이 질주하고 있다. 연합뉴스
본경기 스타트 장면에서 베르스타펀이 치고 올라오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노리스가 방어를 하려고 했지만 안쪽을 잘 파고들어 순식간에 2위까지 올라갔습니다.

초반 샤를 르클레르(페라리)의 대담성도 눈에 띄었습니다. 정말 잠깐의 틈이 있었는데, 이를 놓치지 않고 러셀을 앞서는 모습입니다. 루이스 해밀턴(페라리)와 르클레르가 경기 초반 4~5위에 올라 상위권을 주도했습니다.

이번 라운드 변수를 기록한 훌켄버그. 경기 초반부터 힘을 내는 모습입니다. 15위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2랩 때 10위까지 올라서는 저력을 보였습니다.

13랩에서 3위 노리스가 2위 베르스타펀을 추월했습니다. 슬립스트림(차량간 공기 흐름을 이용해 속도를 높이는 기법)을 활용해 공기의 흐름을 이용했고 손쉽게 순위를 뒤집는 모습입니다. 베르스타펀, 추월을 직감한 듯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쉽게 내준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서킷은 타이어 마모가 굉장히 중요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몇 경기 부진했던 로슨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모습입니다. 이번 경기 포인트 획득에 아쉽게 실수는 했지만 중간 중간 번뜩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25랩 때 알본을 추월, 12위에 오르는 걸 보고 개인적으로 좀 놀랐습니다. 알본은 이 충돌 이후 경기를 포기했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지만, 페라리가 피트인에서 이번 시즌 종종 실수를 하는 것 같습니다. 47랩 해밀턴의 피트인에서도 앞바퀴를 늦게 끼우는 실수를 해서 2초 이상 시간 손해가 났습니다.

44랩에서 3위 베르스타펀이 소프트 타이어로 바꾸며 승부수를 걸었습니다. 이후 2위 노리스도 피트인하며 소프트 타이어 교체로 맞대응을 했습니다.
55랩에서 옐로우 플래그가 나왔습니다. 7위에서 잘 달리던 안토넬리 차량이 멈춰선 것입니다. 곧바로 세이프티차가 나왔고, 선수들이 줄줄이 피트인을 통해 타이어를 교체했습니다.

60랩 세이프티카가 사라지자마자 또 사고가 날뻔 했습니다. 1위로 달리던 피아스트리가 급 감속을 했고, 2~3위 차가 이를 예측하지 못하고 속도를 따라 줄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참고로 세이프티차가 트랙에 나와 있는 동안 모든 드라이버는 세이프티카 및 서로를 추월할 수 없습니다.

가속을 시작하자마자 베르스타펀이 순위를 빼앗겼습니다. 타이어를 '유일하게' 하드로 바꾼 베르스타펀이 온도를 제대로 높이지 못했고 속도를 내지 못한 것입니다. "르클레르가 나한테 들이받았어"라며 불만을 표출했지만 이미 순위는 바뀐 이후였습니다.

오늘의 관전 포인트, 베르스타펀-러셀의 갈등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이 60랩에서의 조사를 통해 베르스타펀에게 러셀을 보내주라고 판단했고, 팀 라디오도 그렇게 전달했는데 베르스타펀이 이를 사실상 듣지 않고 러셀과 충돌한 것입니다. 결국 베르스타펀은 10초 패널티를 받고 말았습니다. 러셀은 "젠장, 베르스타펀이 나를 박았어"라며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패널티로 줄어든 챔피언십 격차, 팬들은 즐겁다
"자존심이 뭐길래"...순간 판단이 순위 갈랐다 [권마허의 헬멧]
피아스트리가 6월 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카탈루냐 서킷 9라운드 경기에서 1위에 오른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아스트리가 안정감 있는 주행으로 결국 '폴 투 윈'을 차지했고 2위는 노리스, 3위 르클레르가 차지했습니다. 러셀은 4위, 훌켄버그 5위, 해밀턴 6위, 하자르 7위에 올랐습니다. 가슬리와 알론소가 각각 8, 9위에 올랐고 베르스타펀이 패널티로 10위에 위치했습니다.

이번 경기를 보며 세이프티차가 경기 결과를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훌켄버그의 5위도, 알론소의 첫 포인트 획득도, 베르스타펀의 10초 패널티도 세이프티차가 아니었다면 나오기 힘든 변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베르스타펀은 1~2위를 견제하고 있던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나마 '드라이버 오브 더 데이' 획득으로 체면치레를 했네요. 베르스타펀은 이번 라운드 1포인트를 획득, 챔피언십 점수 137점으로 4위 러셀(111점)과 격차가 더욱 줄어들게 됐습니다.

역대 가장 늦은 페이스지만, 알론소가 포인트를 따내며 반전의 서막을 알렸습니다. 훌켄버그도 2019년 이후 6년 만에 5위에 올랐습니다.
10라운드는 6월 13~15일 캐나다로 갑니다. 9라운드를 리타이어한 알본과 경기에 참여하지 못한 스트롤이 완벽하게 회복해서 나오길 빕니다. 모든 피드백을 환영합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도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