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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 개관 '55주년 특별전' 2부..韓 미술 과거·현재·미래 살피다

갤러리현대 개관 '55주년 특별전' 2부..韓 미술 과거·현재·미래 살피다
서울 삼청동에서 열리는 갤러리현대 '55주년 한국 현대미술의 서사' 2부 전시 전경.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번 55주년 특별전 2부 본관에서는 한국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 일본 유학을 다녀온 세대에서 시작한다. 인생을 건 모험의 여정을 택했던 작가들의 작품까지 한국 현대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신관에서는 세계 각지를 거주지로 삼으며 현대 미술의 다양한 맥락 안에서 독자적이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

한국 현대미술의 추상화 흐름과 세대 간 미학의 확장을 조망하는 갤러리현대 개관 55주년 기념 특별전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펼쳐진다. 갤러리현대는 본관과 신관 전관에서 오는 7월 6일까지 '55주년: 한국 현대미술의 서사' 전(展) 2부를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 2부는 지난 4월 열린 1부에 이어, 갤러리현대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특히 2부 전시는 1부가 조명했던 구상·반구상 중심의 전통 회화 흐름과 이어지며 본관은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와 기원, 신관은 오늘의 시각 언어와 작가 지형을 종합적으로 구성했다.

본관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현대화랑에서 개인전을 가진 추상회화 중심 작가 22인의 대표작 40여점이 전시된다. 이성자, 김창열, 이응노, 남관, 한묵 등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한 재불 작가들과 완전한 추상 양식을 발전시킨 유영국, 김환기, 곽인식, 이우환 등의 작품이 포함된다.

이성자는 1974년 현대화랑에서 천경자에 이은 여성 작가로 개인전을 가진 바 있으며 김환기는 뉴욕 시절의 전면점화 작품을 중심으로 1977년 현대화랑 회고전을 통해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됐다. 곽인식과 이우환은 각각 한일 교류의 매개이자 모노하 및 단색화 세대의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추상 회화 외에도 조각·설치·문자추상·기하학적 추상 등 다양한 추상 미학의 스펙트럼이 구성되며 이들의 작업은 한국 현대미술사 내에서 추상이 어떻게 지역성과 실험성을 포괄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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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국 '산'. 갤러리현대 제공

본관 전시 대표작인 유영국의 '산(1974)'은 짙은 파란 하늘 아래 다양한 색채의 산들이 넓게 펼쳐진 풍경을 담고 있다. 색채의 변화와 조화가 자연의 진면목을 드러내며 유기적이고 조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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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의 '무제 15-VII-70 #181'. 갤러리현대 제공

또 다른 대표작 김환기의 '무제 15-VII-70 #181(1970)'는 한국 추상미술의 대표적 작품으로, 코튼에 유채로 그려진 73×36㎝ 크기의 전면 점화(點畵)다. 이 작품은 화면 전체를 촘촘하게 점으로 채우는 김환기 특유의 점화 양식이 잘 드러난다. 김환기는 점을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닌 밤하늘의 별과 인간의 삶, 우주적 순환 등 동양적 사유와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반복적으로 찍어낸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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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Response'. 갤러리현대 제공

이우환의 'Response(2023)'는 캔버스에 유채와 안료를 사용해 145×112㎝ 크기로 제작된 작품으로, 그의 대표적인 회화 연작 중 하나다. 이 작품은 거대한 캔버스 위에 밀도 높게 축적된 큰 점 형상이 오라를 내뿜는 듯한 인상을 준다.

신관 전시는 1950년대생부터 1980년대생까지 작가 18인의 대표작 50여점을 통해 구상, 추상, 미디어, 사진 등 장르 확장을 보여준다. 김보희, 최민화, 박민준, 이우성, 김성윤 등의 구상 회화는 개별 서사와 형식 실험을 동시에 담아낸다.

도윤희, 정주영, 이진한은 각기 다른 추상어법으로 회화의 감각을 확장하며, 강익중, 김민정, 유근택은 한국적 정신성과 재료 미학을 현대 회화 언어로 풀어낸다. 이명호의 사진 작업은 회화성과 매체성의 경계 지점을 탐색하며, 김아영, 문경원·전준호의 미디어 작업은 글로벌 전시장에서 주목받은 최신작이 포함됐다.

이슬기(프랑스), 이강승(미국), 김 크리스틴 선(독일)은 해외 거주 한국계 작가로서 전시의 국제적 맥락을 확장한다. 이들은 각기 조각, 설치, 비평적 퍼포먼스 등을 통해 전통과 현재,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작업을 이어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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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The Street'. 갤러리현대 제공

신관 전시 대표작인 김민정의 'The Street(2024)'는 한지를 태우고 겹겹이 쌓는 과정을 반복해 불꽃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스러운 선과 흔적을 남겼다. 이 과정은 명상과 수행의 행위로, 작가의 내면을 탐구하고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덧없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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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모래 욕조 속에서 발견된 영국인 교사 2007.3.28'. 갤러리현대 제공

또 다른 대표작 김아영의 '모래 욕조 속에서 발견된 영국인 교사 2007.3.28(2008)'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포토 몽타주 작품인데, 작가는 이 뉴스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닌, 신문 기사와 실제 사건, 허구적 상상력을 결합해 새로운 시각 이미지를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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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선 킴 'Two Taps Debt 2'. 갤러리현대 제공

이밖에 청각 장애인인 크리스틴 선 킴은 'Two Taps Debt 2(2022)'를 통해 '탭(tap)'이라는 행위로 비가시적인 소리와 신체적 제스처, 그리고 사회적 채무의 개념을 연결한다.

갤러리현대 측은 "이번 특별전 2부 전시는 갤러리현대와 오랜 인연을 이어가며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역사가 된 작가들의 주요한 작품을 소개한다"며 "갤러리현대와 한국 미술사의 지난 55년과 현재, 나아가 미래를 살펴보기 위한 전시"라고 평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