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의 날 기념 좌담회] IP정책 총괄·조율하는 전담비서관 도입도 검토 必
[파이낸셜뉴스]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대한변리사회에서 열린 좌담에서 이강민 대한변리사회 부회장(왼쪽부터), 정차호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 심수진 에이비엘바이오 IP팀장이 국내 IP경쟁력 제고를 위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대한변리사회제공
심수진 에이비엘바이오 IP팀장
정차호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
이강민 대한변리사회 부회장
"우리나라 특허 생태계는 많이 발전해왔지만 지금까지는 양적 성장에 치중돼 있었다. 이제는 질적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경쟁상대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특허, 돈이 되는 이른바 '명품특허'를 많이 만들고 보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는 26일 '변리사의 날'을 앞두고 대한변리사회에서 열린 기념 좌담에 참석한 이강민 대한변리사회 부회장(변리사), 정차호 성균관대로스쿨 교수, 심수진 에이비엘바이오 IP팀장(변리사)은 기술패권 시대를 맞아 특허의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국가 지식재산(IP)경쟁력 제고를 위해 IP 생태계의 사령탑을 전문성을 갖춘 인재로 선발해 달라는 바람도 나타냈다.
-국내 IP 경쟁력은 현재 어디까지 와있다고 보나.
▲정차호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모든 생물이나 생태계가 탄생에서부터 성장, 발전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특허 생태계도 많이 진화하고, 발전해 왔다. 지금까지는 출원 건수의 증가 등 양적 성장에 치중돼 있었다. 현재 우리는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는 초입에 있는 것 같다. 제대로 되지 않으면 초입에 머물거나 구세대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질적 성장의 측면에서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 뒤쳐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앞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강민 대한변리사회 부회장(변리사)=우리나라는 세계 4위의 특허 출원국으로 올라서며 양적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 상태로 머물러서는 안되며,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단적인 예로 지식재산 무역수지를 보면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저작권 분야는 흑자로 전환됐지만 특허 등 산업재산권 분야는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글로벌 기업들을 보면 특허 건수가 많은 것도 중요하지만, 경쟁업체 등 상대에게 위협적인 공격을 할 수 있는 특허, 탄탄하게 내 제품을 방어할 수 있는 특허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특허들을 많이 만들고, 보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품질의 특허, 이른바 ‘명품 특허’란 무엇인가.
▲이강민 부회장=쉽게 말하면, 돈이 되는 특허가 명품 특허, 고품질 특허라고 할 수 있다. 세분화해서 말하자면, 3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침해 입증이 용이한 특허여야 한다. 특허 분쟁이 발생할 경우, 특허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상대방이 나의 제품을 침해하는 행위를 입증하기 어려운 특허는 가치를 지니기가 어렵다. 또 회피 설계가 어려운 특허여야 한다. 특허권을 등록해 놓더라도, 쉽게 해당 특허권을 피해 나갈 수 있다면 실제 특허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특허다. 마지막으로 특허 분쟁에서 상대방의 무효 공격을 잘 방어하는 수 있는 특허여야 한다. 비록 특허 등록 과정에서 특허청의 심사를 받아 등록됐더라도, 분쟁 발생시 심판이나 소송을 통해 해당 특허를 무효화 시키는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공격이 들어왔을 때 방어할 수 있는 특허가 좋은 품질을 가진 특허라고 할 수 있다.
▲심수진 에이비엘바이오 IP팀장(변리사)=기업 입장에서 좋은 품질의 특허란 미래 시장의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청구항과 명세서를 가진 특허이다. 실제 기술이 사업화되는 시점은 출원 후 5년에서 10년 이후의 일이다. 출원 당시 시점과 사업화 등을 통해 돈이 되는 시점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 즉, 해당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 분야의 기술 발전 역사와 동향을 파악해 만든 특허가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특허라고 할 수 있다.
-IP 경쟁력 강화 위해 특허침해소송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차호 교수=특허침해소송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판사와 대리인의 전문성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판사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유럽의 유럽통합특허법원(UPC)과 같은 지식재산 전문법원 도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 밖에도 기술판사와 같은 이미 전문성을 가진 판사가 재판을 진행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어 대리인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특허침해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변호사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법과 특허 등 산업재산권 전문가인 변리사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심수진 팀장=우리나라는 특허 침해와 관련해 기업들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 국내 특허권 침해 사건에서 평균 청구금액은 6억원 정도이나 실제 법원에서 인용되는 배상액의 중간값은 1억원 내외다. 미국 특허 침해사건 배상액은 중간값만 65억원이 넘어간다. 심지어 한국은 특허침해소송의 심리 기간도 길다. 사법연감 등에 따르면 국내 특허침해금지 사건의 경우 1심 심리기간이 평균 673일로 2년 가까이 걸린다. UPC는 1심 기한을 1년 내로 규정하고 있다. 당장 특허 침해로 피해를 보고 있는데, 2년이나 지나 구제책이 나오는데다 비용이나 시간 등 노력에 비해 실익은 너무 적다. 이에 중소기업의 경우 특허침해를 당하더라고 소송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IP 경쟁력 강화 위한 새 정부에 요청 사항은.
▲정차호 교수=사령탑이 중요하다. 가령 수영 선수를 축구 감독으로 선임한다면 축구 선수들을 제대로 관리하고 성장시킬 수 있겠는가. IP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허청장, 나아가 특허심판원장, 특허법원장 등의 전문성이 매우 중요하다. 상급 기관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산하기관장으로 오는 전근대적 인사는 지양해야 한다. 새 정부에서는 특허청장 등 IP 생태계의 사령탑을 전문성을 갖춘 인재로 선발해 주길 기대한다.
▲이강민 부회장=미국 백악관의 경우 IP전담 비서관이 국가 IP 정책을 총괄·조율하고 있다. 국가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도 IP 경쟁력 제고는 쉽지 않은데 지금 우리나라는 각 부처별로 혼재돼 있어 시너지를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미국처럼 대통령실에 IP 비서관 제도를 도입해 각 부처의 IP 정책을 협의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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