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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토지'에 상업시설·주상복합 지어봤자 애물단지 [신도시 용도변경으로 공급절벽 풀자 (상)]

운정3지구 미매각 422개 필지
동탄·옥정·회천·고덕에도 많아
미착공 토지는 통계도 안잡혀
20년 전 토지계획 사업성 부족
시행사도 비주거용 개발 난색

'좀비토지'에 상업시설·주상복합 지어봤자 애물단지 [신도시 용도변경으로 공급절벽 풀자 (상)]
#.2기 신도시인 파주신도시 운정3지구에서 공급된 토지는 아파트 용지를 포함해 총 2275개 필지다. 이 가운데 올 5월 기준으로 팔리지 않은 미매각 토지는 422개 필지로 19%에 이른다. 단독주택용지는 무려 376개 필지가 나대지로 남아 있다.

10일 파이낸셜뉴스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실로부터 받은 2기 신도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년가량이 흘렀지만 수도권 알짜 지구에서도 미매각 토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비단 미매각만이 문제는 아니다. 건설·시행사들이 땅을 사고도 착공하지 않은 비아파트 미착공 토지도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문제는 비주거 미착공 토지는 국토교통부가 통계조차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미착공 토지…방치된 땅 '어쩌나'

2기 신도시 미매각 토지를 지구별로 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파주신도시 운정3지구가 422개 필지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른자 지역으로 꼽히는 곳도 예외는 아니다. 화성시 동탄2지구의 경우 225개 필지가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다. 전체 공급된 토지(3314개 필지)의 7%에 해당하는 규모다. 양주 신도시인 옥정지구와 회천지구에서도 각각 65개 필지, 174개 필지가 팔리지 않은 상태이고 평택 고덕지구 역시 미매각 토지가 111개 필지에 이르는 등 수도권 주요 2기 신도시에서도 방치된 토지가 적지 않다.

미매각 토지는 그나마 통계에 잡힌다. 팔렸는데 아직도 착공하지 않은 비아파트 미착공 토지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별도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아파트 용지의 경우 매각 이후 인허가·착공 등을 정부가 조사하고 있다"며 "하지만 비아파트 용지의 경우 매각 이후 실제 공사 진행 여부는 별도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비아파트 용지의 미착공 여부를 살펴보려면 국토부가 기획조사 등을 통해 지자체에 일일이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미매각에다 통계가 없는 미착공 토지까지 포함하면 2기 신도시에서 실제로 방치된 땅이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A시행사 한 임원은 "2기 신도시에서 상업용지를 사 놓고 10년째 첫 삽을 못 뜨고 있다"며 "비주거용 토지의 경우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시점에서 사업성 안 나와

미매각·미착공 토지가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상업시설의 경우 공급과잉으로 착공을 하는 순간 대규모 공실을 감수해야 한다. 주상복합 용지의 경우 주택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고, 상가는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다 보니 수익성이 나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산업유통시설 용지는 더더욱 매력을 상실한 상태다.

중견 건설사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안 팔린 땅은 사실상 어느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는 토지"라고 말했다. 최원철 한양대 교수는 "업체들이 2기 신도시 역세권 토지를 LH에 반납할 정도로 자족도시를 목표로 20년 전에 수립된 토지계획은 현재 시점에서 사업성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됐다"고 했다.

주택 공급실적도 지구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2기 신도시에서 목표로 한 주택공급은 총 66만822가구다. 입주 기준으로 올 5월 53만7010가구로 목표치의 81%를 기록하고 있다. 지구별로 보면 주택공급(입주 기준) 실적이 목표치 대비 턱없이 낮은 곳도 적지 않다. 양주신도시 회천지구의 경우 38% 수준에 불과하다. 평택 고덕지구는 42%, 인천 검단도 47%에 머물러 있다.


신도시 아파트 용지의 용적률을 높여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자칫 '벌집 아파트'를 만들 수 있어서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중산층·저소득층을 위한 주거정책은 공급축소로 인한 주거 불안정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용도전환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ct@fnnews.com 최아영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