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잡기 기조에 업계 긴장
추가인상 요인 있지만 어려울 듯
식품업계 장기불황 어려움 토로
가격담합·가격인하 압박 우려도
이재명 대통령이 '라면값 2000원' 발언 등 식품 물가 통제를 시사하면서 식품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최근 6개월새 가격 인상을 단행한 식품 기업들은 "수입원가, 인건비, 환율 등 추가 인상 요인이 있지만 물건너 갔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오히려 가격 인하 압박을 우려하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로 과거 정부에서 기업들에 물가 인상 자제를 요청하고, '약발'이 듣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담합 조사 등 전방위적 통제에 나선 바 있어 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라면 2000원’ 발언에 식품업계 긴장
10일 식품·외식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비상경제점검 회의에서 "최근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데 라면 한 개에 2000원한다는게 진짜냐"고 발언하자 라면업계는 물론 식품업계 전반이 새 정부의 물가잡기 기조에 긴장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표 서민 음식인 '라면'을 콕 집어 언급했지만 새 정부의 물가관리 방향성에 대한 대통령의 의도적인 발언이라고 본다"며 "향후 라면을 시작으로 식품업계 전반에 대한 기업 길들이기와 옥죄기가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라면값 2000원 프레임은 그만큼 서민 물가가 올랐다는 넓은 의미이지만 라면 업계 입장에서는 억울한 상황이다. 실제로, 주로 소비되는 라면은 1000원 이하에서 판매되고 있다. 2000원대 라면은 프리미엄으로 분류된다. 소비자 선택권 측면에서도 다양한 맛과 품질의 라면이 있는 편이 좋다. 또 라면은 가격탄력성이 큰 품목이라 소비자 저항이 커 기업들이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기도 어렵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라면 업계 관계자는 "원가 인상분을 앞서 가격 인상을 통해 일부 반영한 측면이 있다"며 "추가적인 인상 계획은 없고, 라면값 인하도 현재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역대 최고의 권력을 기반으로 출범한 새 정부의 서슬퍼런 기세 속에서 가격 인상을 단행할 기업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며 "내수 침체로 식품업계가 장기 불황에 빠진 상황도 헤아려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새 정부, 고강도 물가 통제 나서나
식품업계는 과거 정부처럼 새 정부도 고강도 식품 물가 관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과거 박근혜 정부의 '불량식품과의 전쟁'은 물론 이명박 정부와 윤석열 정부도 주요 품목에 대한 가격 통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는 설, 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외식업계와 가공식품 기업들을 소집해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난 정부 농림부 관계자가 직접 찾아와 가격 관리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며 "당시 기업 입장에서 가격 인상 이유 등을 설명했지만 부담스러웠던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농심, 오뚜기 등 라면 회사들은 정부 압박에 일정 기간 제품 가격을 인하한 사례도 있다. 또 지난해 4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릴레이 가격인상에 나선 라면, 과자 기업들의 가격 담합 여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특정 품목(라면)을 언급한 것은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대표 서민 품목으로 물가 관리 측면을 강조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소비 여력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물가 관리와 함께 추가경정예산에 지역 화폐 등 소비 활성화 품목이 구체적으로 들어가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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