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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한민국 '진짜 외교'

[기고] 대한민국 '진짜 외교'
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
국가 내란과 국제질서의 혼란 속에 치러진 6·3 조기대선에서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을 대선 슬로건으로 내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정권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는 차기 정부는 어벤저스급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산적한 국내 현안들과 함께 계엄령 사태 이후 그간 개점휴업이었던 대외정책도 본격적으로 가동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진짜 외교는 열 가지 방향에서 이해된다.

유기적 한 몸 외교이다. 신정부의 대선 공약은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 소프트파워의 문화 강국, 통합과 상생의 민주주의 강국, 튼튼한 사회안전망의 복지 강국, 실용적으로 대처하는 외교·안보 강국 등 5개 강국 비전으로 구성된다. 외교·안보 강국 비전은 여타 강국 비전들을 구슬 꿰듯 연결하고 뒷받침한다.

골든타임 외교이다. 민주주의 복원력, 세계 10대 경제력, 호소력 있는 연성파워를 장착한 매력 국가로서 당당한 자신감으로 진짜 대한민국을 위한 국격 회복, 경제성장, 국민행복의 3대 비전 아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간다. 국제환경의 불확실성과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한다.

선제적 블루오션 외교이다. 국위와 국력에 부합하는 유익한 이슈들을 선점 주도해 나간다. 4차산업 첨단기술국 연대, 에너지 신산업 국가 연대, 대륙별 거점국 연대 등 다양한 조합의 연대 외교를 추진한다. 북극, 우주, 사이버, 인공지능(AI) 등 신영역 어젠다를 주도한다. 급변하는 국제사회의 신규범, 신표준 수립에 적극 참여한다.

글로벌 좌표 외교이다. 지리적 심리적 제약을 넘어 역동적으로 나아간다. 트럼프 시기 보호주의와 반세계화 분위기가 농후하나 글로벌 진취주의는 여전히 우리의 DNA이다.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글로벌 플러스(plus)' 외교와 대한민국을 기점으로 글로벌 사우스(south)와 글로벌 노스(north)를 연결하는 '글로벌 컴퍼스(compass)' 외교가 필요하다.

'전략적 닻(anchor)' 외교이다. 한국에 평화는 경제이자 안보다. 남북 간 평화 재충전과 재정착을 최우선한다. 우리 생존이 걸린 문제들에 전략적 명확성으로 리스크를 자초할 수 없다. 전략적 유연성, 모호성, 자율성 또한 유관국들에 오해를 유발하거나 우리 자신을 제약할 수 있다. 창의성·능동성에 의거, 평화와 안보를 종합적으로 녹여낸 전략적 안정성을 지향한다.

신흥국제관계 외교이다. 국제사회 모든 구성원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관계를 추구한다. 한미 동맹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외교적 다각화를 함께 추동한다. 미국엔 안보와 번영을 위한 유력한 조력자, 중국과는 건실한 선순환적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한미일, 한중일 같은 소다자 파트너십도 적극 활용한다.

균형 아닌 평형(平衡) 외교이다. 균형의 균은 치우침이 없다는 뜻인데, 매번 5대 5 균형을 맞출 수는 없다. 이에 비해 평형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상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사안과 상황에 따라 길게 보고 결정하는 질량보존의 총합적 접근이다. 기계적 균형이 아닌 중장기 평형 외교를 해야 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외교이다. 물 흐르듯 막힘이 없어야 한다. 필요에 따라 반보 빠르고 반보 느리게 대응한다. 이념, 진영을 넘어 외교정책 격차를 축소한다. 진보와 보수 간 장점의 합집합을 지향한다. 인적 혁신에 기반한 외교역량을 유연하게 활용한다.

한국형 실용외교이다. 각자도생의 시대 이제 실용외교는 세계적 추세다. 단 한국의 실용외교는 실리, 실익을 추구하면서도 명분과 철학을 결합한 국격을 갖춘다. 한국적 가치, 규범을 지키면서 국제사회와 공동체로 연계한다. 성장의 회복과 성과의 파이를 키우고 나눈다. 코리아 퍼스트보다는 코리아 넘버원이다.

국리민복 외교이다.
'진짜'란 한국의 현실을 직시하고 국익과 미래를 발전시키는 실사구시를 말한다. 먹사니즘, 잘사니즘, 편사니즘의 민익(民益)을 위해서라면 가랑이 밑도 기는 것이 진짜다. 싸우지 않고 평화와 번영을 지키는 것이 대한민국 진짜 외교이다.

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