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공동주최한 '토크노미코리아 2025'에서 윤성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연구실장이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스테이블코인이 코인런(대규모 코인 인출 사태)에 취약한 만큼 언제든지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윤성관 한국은행 디지털화폐연구실장은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토크노미 코리아 2025’ 특별강연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구조적으로 코인런에 취약하다”며 “준비자산으로 국채를 매입하더라도 국채는 항상 안전한 자산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은행은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 중앙은행이 즉각 유동성을 공급해 방어할 수 있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방어선이 전무해 위기 시 금융 시스템 전체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독과점화도 가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과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폐쇄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될 수 있는 만큼 빠른 속도로 특정 사업자가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발행자의 규제차익 극대화 가능성도 짚었다. 현재 금융상품은 강한 규제를 받으며 운영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규제가 느슨해 규제 차익이 발생하고, 이는 금융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지급결제 수단으로서 스테이블코인의 한계도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화폐 간 등가 교환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B2B(기업 간 거래)와 같은 대규모 자금 이동 수단으로는 사실상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또 “은행 예금은 고객 신용을 기반으로 유연한 지급 결제가 가능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통화 공급이 탄력적이지 않아 은행의 기능을 대체할 수 없다”며 “자금세탁 등 불법적 용도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어 금융의 신뢰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실장은 이러한 위험 요소들을 고려할 때 현재 규제 체계를 건드리지 않고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2계층 화폐 제도를 유지하되, 비허가형 스테이블코인과 동일하게 프로그래밍 기능을 구현해 화폐의 단일성 훼손, 금융 신뢰 훼손 가능성 등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역사적으로 암스테르담 스테이블코인이 망하면서 네덜란드 중앙은행이 설립됐으며, 미국도 비슷한 역사를 밟아왔다"며 "상당한 시행착오가 있어왔던 만큼 규제 체계를 건드리지 않고, 국내 독자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이에 기반해 필요할 경우 외부 비허가형 스테이블 코인과 연계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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