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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형 AI 역수출 전략… 영상 AI 성공 사례에서 찾은 해답

[기고] 한국형 AI 역수출 전략… 영상 AI 성공 사례에서 찾은 해답
이재성 트웰브랩스 대표


정부가 1조 9000억 원 규모의 AI 추경 예산을 투입하며 '월드 베스트 LLM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발판으로 한국도 미·중과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어나갈 때다. 제이슨 권 오픈AI 최고전략책임자(CSO)가 한국을 "AI의 전 영역을 아우르는 풀 스택 생태계를 갖춘 AI 선도국"이라고 평가한 것처럼, 우리에게는 이미 글로벌 AI 기업들이 주목하는 강력한 기반이 있다. 기회는 특화 AI(버티컬 AI)에 있다. 최근 오픈AI가 코딩 전문 AI 기업 윈드서프를 3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나, 미 국방 AI 기업 팔란티어의 주가가 급등한 것도 버티컬 AI가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트웰브랩스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트웰브랩스의 모델은 영상이해 분야에서 구글과 오픈AI 대비 큰 성능 우위를 보인다. 2021년 창업 당시 '영상이해 파운데이션 모델'은 생소한 분야였지만, 지난 4월 우리가 개발한 모델이 한국 AI 모델이자 영상 AI 모델로는 최초로 아마존 베드록에 공급되는 성과를 이뤘다. 기술적 성취를 넘어 글로벌 AI 생태계의 핵심 유통망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엔스로픽과 같은 글로벌 AI 기업들도 기업형 매출의 상당 부분이 베드록에서 나온다. 한국이 개발한 트웰브랩스의 AI 모델이 아마존, 메타, 엔스로픽 등 세계 최고 AI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한국이 버티컬 AI 분야에서 가진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제조, 엔터테인먼트 등 우리 역수출 산업들이 수십 년간 축적해온 고품질 데이터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실리콘밸리에도 없는 한국만의 자산이며, 차세대 핵심 산업인 국방과 피지컬 AI 시대를 선도할 토대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산업별 특화 AI 생태계 구축이다. 각 산업에 특화된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산업별 바로 활용 가능한 풀 스택 시스템을 구축해 이를 세계에 수출하는 것이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로 세계 1위가 된 것처럼, AI에서도 '역수출의 신화'를 다시 쓸 수 있다.

과거 우리의 역수출 성공 공식은 미래 산업 발굴, 민관 공조, 그리고 우수한 인적 자원의 결합이었다. 이를 버티컬 AI에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정부는 각 산업별 AI 특화 단지를 조성하고 규제를 완화해 주고, 기업은 축적된 데이터와 노하우를 AI 개발에 투입하며, 우수한 인재들이 이를 뒷받침하는 구조다. 한국이 'AI 3강'으로 도약하는 길은 미국과 중국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강점을 살린 차별화된 전략에 있다. 진정한 AI 주권은 다른 나라가 우리의 핵심 모델과 기술을 가져다 쓰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소버린 AI의 모습이다. 버티컬 AI에서 시작된 가능성을 전 산업으로 확산시켜 한국형 AI 역수출 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다. 트웰브랩스도 이 원대한 비전에 기여하기 위해 영상 AI 분야에서 가장 차별화된 전략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이재성 트웰브랩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