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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구절벽 넘기 위한 미래 대학의 모습

[기고] 인구절벽 넘기 위한 미래 대학의 모습
이철수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최근 거리를 다닐 때 가장 눈에 띄는 간판은 '주간보호센터' '요양원' '요양병원'이다. '출산율 0.72명(2023년 기준)' '세계 최저 출산율'이라며 곧 대한민국이 소멸할 것처럼 요란스레 떠들던 현실이 사회 곳곳에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린이집과 초등학교가 없어지는 자리를 노인요양시설이 대체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절벽의 심각성과 골든타임을 목놓아 불러댔지만, 아직까지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출산장려정책들이 제시되고 있진 않다. 정부와 기업의 출산장려정책은 통계와 숫자, 지원금에만 매몰되어 있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인구절벽의 가장 큰 타격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의 기반인 '노동력 절벽'으로 이어진다. 지금이야말로 미래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설계도를 그릴 시점이다.

인구절벽을 넘어서기 위한 해결의 키는 '잠재 노동자원 확보'에 있다. 2025년 출산율 0.85명으로 전년 대비 반짝 상승세를 보이지만, 15~64세 인구는 이미 감소세로 전환했다. 2023년 3596만명에 달한 생산가능인구가 2028년 3419만명, 2033년 3235만명으로 줄어든다. 매년 30만~40만명의 노동력이 사라지고 있으니, 현재의 구직난이 구인난으로 바뀌는 것도 한순간일 것이다. 이처럼 사라지고 있는 생산가능인구를 대체할 첫 번째 방안은 외국인 인력이고, 두 번째 방안은 여성·고령인구·쉬는 청년이다.

식당에서 외국인 종업원을 보는 일은 이젠 흔한 일이 되었고, 국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규모도 해마다 늘고 있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을 노동인력으로 유입하기 위해서는 정주여건 마련을 위한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이민정책이 필요하다. 대학 학위를 위해 입국한 외국인이 취득 후에도 한국에 머물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일자리 환경을 제공하고 주거 지원, 가족 초청 프로그램, 사회통합교육 등의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독일과 호주처럼 고숙련 이민자 정책을 펼쳐 양질의 고급인력이 국내 노동시장으로 유입되게 해야 한다. 미래 성장동력을 잃지 않기 위한 또 하나의 방향은 비경제활동인구인 여성·고령층·쉬는 청년을 경제활동인구로 전환하려는 노력이다. 출산과 경력단절 사이에 갇힌 여성, 노후소득 빈곤과 양질의 일자리 부재 함정에 갇힌 고령층, 출발조차 못하고 있는 그냥 쉬는 청년을 위한 맞춤형 평생직업교육을 제공해 고용시장 유입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대학은 더 이상 단순한 학위수여 기관이 아니다. 미래 대학은 외국인·여성·고령층·청년을 위한 평생직업교육의 거점이 되어야 한다. 특히 고숙련 외국인력 유치를 위한 해외직업교육 연계 시스템, 국내 수요자 맞춤형 교육과정, 취업 연계 인프라를 통합한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

대한민국 대표 공공직업교육기관인 한국폴리텍대학은 이러한 미래 대학의 선도 모델이 될 수 있다. 해외와의 협력, 지역기반 확산, 직업교육의 유연화·디지털화를 통해 테스트베드 역할을 넘어 전국 확산의 허브로 성장해야 한다.

한국폴리텍대학은 해외협력 실제 사례로 지난 5월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현지 대학에서 시범교육을 실시하며 해당 국가들의 직업교육 열망과 학생들의 열의를 직접 체감했다. E-7 비자 자격요건을 갖춘 전문 기술인력으로 양성, 현지 진출 기업들의 구인난 해소와 국내 노동력 확보를 통해 인구절벽 문제 해소의 발판을 마련했다.


인구정책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정부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교육기관과 기업이 연대하는 '국가 직업교육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전 생애에 걸친 학습권을 보장하고, 국민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직업교육 시스템은 단순한 인구정책을 넘어 국민 전체의 삶의 질, 즉 '국민 행복 총량'을 증대시키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이철수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