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땐 정비사업 사실상 올스톱
금융당국, 업계 의견 수용한 듯
정책 엇박자 논란이 일었던 부동산신탁사의 신탁방식 정비사업 자기자본 규제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자기자본 규제도 적용 받지 않고, 부채로도 인식되지 않는 길이 열린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자기자본 규제에 재개발·재건축도 포함시킨다고 발표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투자업규정시행세칙' 개정안을 공개하고 오는 23일까지 의견수렴을 진행중이다. 이번 개정 시행세칙은 신탁사 건전성 강화 일환으로 오는 7월부터 시행하는 '자기자본 대비 토지신탁 한도도입'의 세부 사항을 담고 있다.
이 규제는 '토지신탁 사업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위험액이 자기자본을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오는 2027년에는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금융당국의 계획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신탁방식 정비사업도 자기자본 규제대상에 포함시킨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진행과정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활용해 많게는 조 단위 사업비를 조달한다. 이 같은 사업비용이 위험액에 포함되면 정비사업 자체가 올스톱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장려하는 국토교통부 정책 방향과도 엇박자가 난다.
금융당국은 업계와 국토부의 우려를 수용해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대해서는 자기자본 규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선 토지신탁 수탁한도 규제에 HUG보증대출(정비사업)과 관련한 신탁계정대는 위험액 산정에서 제외키로 했다. 또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신용위험액을 산정할 때도 정비사업과 관련된 HUG 보증대출 신탁계정대는 제외하기로 했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경우 HUG 보증을 활용해 사업비 등을 조달하는데 금융당국이 자기자본 규제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국토부와 업계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 모든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자기자본 규제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금융투자협회와 업계, HUG 등이 시공사 20위권 이내 등 세부 조건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오랜 숙원이었던 이주비·사업비 등의 부채(차입금) 제외도 포함됐다. 새 시행세칙을 보면 국가 또는 공공기관이 대출이나 보증을 제공하는 경우 등 조건을 만족하면 고유계정의 차입금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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