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도·印尼 개미들 '꿈틀'
5년새 주식계좌 10배 이상 폭증
정부도 투자환경 개선 등 뒷받침
미래에셋證, 베트남 시장 평정
KB·NH·신한, 현지화 승부수
한투는 MTS 중심 고객몰이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기자】 동남아시아와 인도 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 수가 급증하면서, 현지 주식 계좌 수는 불과 5년 만에 최대 10배 이상 급증한데다 증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각국 정부의 투자 진흥 정책까지 맞물리며 'K증권사'들도 앞다퉈 이들 신흥 지역으로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인니·인도 개인투자자 '폭증'
17일 베트남·인도네시아·인도 증권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들 3국의 주식 계좌 수가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베트남은 계좌 수가 2019년 약 400만개에서 2025년 초 기준 930만개로 늘었다. 인도는 같은 기간 3900만개에서 1억8500만개로, 인도네시아는 110만개에서 1236만개로 급증했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인구 대비 계좌 보유율은 아직 5% 미만이지만, 5년간 11배 성장하며 압도적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계좌 수 급증의 원인으로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디지털 인프라 향상 △주식 애플리케이션의 발전 △각국의 투자 환경 개선 움직임 등을 꼽고 있다.
각국 정부도 규제 해소와 투자 여건 조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베트남은 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 전자지갑 연동 확대 등 거래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인도는 디지털 증권 시스템 고도화와 알고리즘 거래 가이드라인을 통해 개인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공공 금융교육과 소액 투자 진입 장벽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울러 현재 트럼프발 관세 충격과 지정학적 긴장감에 주춤하고 있지만 매년 연평균 양호한 성장세를 보인 증시도 계좌 수 급증에 한 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는 니프티50 지수가 2019년 이후 연평균 15%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베트남 VN인덱스는 2020~2021년 상승세 이후 2022년 조정을 거쳐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IDX 지수는 팬데믹 직후 반등한 이후 안정적 우상향 흐름을 유지 중이다.
■미래에셋·한투 등 종횡무진
이러한 흐름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도 국가별 맞춤 전략을 내세워 '미래 시장' 공략에 나섰다.
베트남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외국계 증권사 중 수익 기준 1위를 기록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모바일 앱(MTS)을 중심으로 개인투자자 접근성을 높이고 있으며,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도 파트너십 및 지분 투자 방식으로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리테일 영업 등의 진입 장벽이 높은 인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현지 플랫폼 '샤레칸'을 인수해 고객 약 310만명을 확보했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IB 딜 및 간접 투자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KB증권이 현지 증권사 '발버리'를 인수해 파생상품 상장 기반을 확보했으며, 미래에셋증권은 현지 은행과 연계한 디지털 투자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국내 증권사 처음으로 인도네시아 거래소(IDX)에 구조화워런트(SW) 상품 11종을 상장했다.
■"K증권사, 잠재력 있어" 호평
인도와 동남아시아 주식시장은 △고성장 잠재력 △디지털 친화적 인구 구조 △저진입 금융시장이라는 3박자를 갖춘 전략 시장이다.
고영경 국제학대학원 디지털통상 연구교수는 "이미 베트남과 인니 등 동남아 지역에 많은 증권사들이 진출했다"면서 "디지털 거래 플랫폼의 고객 편의성 확대와 개인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이 필요하며 리테일 부문에서는 현지 고액자산가들을 어떻게 유입시킬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 교수는 "이들 신흥국 증권시장이 성장 가능성은 높으나 1인당 투자금액이 작다는 점에 유의해 현지 상황에 맞는 맞춤형 상품 개발과 금융투자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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