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국민의 열망을 모아 새 대통령을 뽑았으니 이제는 국정과제의 우선순위 재설정에 집중할 때다. 난제 중 난제인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연 우리는 수도권 집중 문제를 어느 정도나 심각하게 생각할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 세계 수도 중 서울만큼 경제력 집중이 심한 도시는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100대 기업 본사의 86%가 수도권에 있고, 인구 비중은 이미 2019년부터 절반을 넘어섰다. 지역내총생산 비중은 그보다 훨씬 먼저인 지난 2015년에 이미 50%를 넘어섰고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이다.
여기서 우리는 진지하게 자문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 집중, 정말 문제일까. 결론적으로 국토를 일극 중심으로 운용하는 현재의 수도권 집중 문제는 만병의 근원이다. 교통체증과 공해 등으로 수도권 주민 삶의 질이 하락하고,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주택 보유계층과 무주택자 및 비수도권 거주자로 자산이 양극화되는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수도권 거주자의 내 집 마련 어려움의 증가는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으로 이어져 사회통합을 약화시킨다. 비수도권의 인구감소는 생활여건 악화로 역시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과도한 수도권 집중은 저출산의 근본 원인이며, 사회적 자본이 높아지지 못하는 것에도 일익을 담당한다. 지방의 조세부담 능력이 낮아 중앙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하는 수준이 계속 높아지고, 그 결과 지방의 책무성이 낮아지는 문제를 낳는다. 20년 전만 해도 지방교부세 불교부단체가 12곳에 달했는데 이제는 서울, 경기, 성남, 화성 등 네 자치단체에 불과하다.
지방분권이 필요한 이유를 구구절절 이야기할 필요는 없으리라. 지방정부 간 경쟁을 통해 혁신을 확산하고 주민의 선호를 보다 잘 아는 지역에서 서비스가 이루어질 경우 더 좋은 품질과 적절한 패키지의 서비스 공급이 가능하지 않을까. 여기에 더해 대통령은 5년 단임인 데 비해 지방정부의 장은 12년 리더십이 가능해 아래로부터의 혁신도 기대할 수 있다.
수도권 집중의 배경으로 서비스산업, 특히 지식서비스산업 등 좋은 일자리가 많다는 점이 압권이다. 반면 지방은 전통적인 제조업의 약세로 일자리와 인구가 감소하고 국가산업단지의 가동률도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크레머의 오-링이론에 의하면 성과는 사람 능력의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이므로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인재 간 협업이 중요하고 약한 고리가 없어야 한다고 한다. 금융, 법률, 회계컨설팅, 병원, 교육, 문화 등 고급인재가 모이는 지식서비스산업, 첨단혁신산업은 집적효과가 중요하며 이러한 현상은 실리콘밸리 등 전 세계적으로 유사하다. 결국 지방 대도시의 규모와 질적 수준을 키워서 서울에 버금가는 수준의 생활여건과 지식기업 입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20여년간 국토의 분산형 균형발전을 추구해 균특회계, 인구소멸기금 등 재정과 산업단지, 혁신도시 선정도 분산형 모델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그 효과는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우리의 수도권 집중은 향후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대안은 초대형 광역권역으로 재정권한과 행정권한을 과감히 이양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대광역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의존재원이 아닌 공동세제도를 활용해 자체 수입으로 자율적 운용이 가능한 재정분권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물론 독일의 사례를 원용, 낙후지역과 발전지역에 차등배분비율을 적용해 낙후지역에 배분되는 몫을 키워야 한다. 이와 함께 중앙분 법인세를 낙후지역의 기업에 대해서 대폭으로 감면해주면 지방이전의 효과를 키울 수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좌고우면할 것이 아니라 서울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초광역권을 키우는 분권정책의 우선순위를 높여야 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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