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5개월 만에 최고치
정제마진 회복에 재고이익 반전 기대
OPEC+ 변수는 부담, 하반기까진 신중 대응 기조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에 기름값 안내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정유4사별 재고자산 평가손실 금액 추이 |
(단위: 만원) |
구분 |
2025년 1Q |
2024년 4Q |
에쓰오일 |
725억5300 |
(609억4600) |
SK이노베이션 |
374억2200 |
(1885억8000) |
HD현대오일뱅크 |
206억723 |
(981억3828) |
GS칼텍스 |
(50억8000) |
54억39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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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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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반등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정유업계는 재고자산 평가이익 반전과 정제마진 회복에 대한 전망이 맞물리면서 단기 실적 회복 가능성에 기대가 모아진다. 다만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증산 가능성 등 공급 과잉 우려도 공존해 업계는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0.31% 오른 배럴당 73.5달러, 브렌트유는 2.8% 상승한 78.85달러를 나타냈다. 특히 WTI 선물 근월물 종가는 지난 19일 74.84달러를 기록하며 종가 기준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가 반등세를 이어가면서 2·4분기에는 정제마진 개선과 함께 재고자산 평가손익도 반전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주요 정유사들은 올해 1·4분기 대규모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반영했다. 해당 기간 △에쓰오일 726억원 △SK이노베이션 374억원 △HD현대오일뱅크 20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4분기 각각 609억원, 1886억원, 981억원의 재고이익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최근 유가가 70달러 중반대로 회복되면서 2·4분기에는 재고이익 전환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HD현대오일뱅크는 원재료 재고자산이 8694억원에 달해 유가 상승 시 수혜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정유사가 평균재고법을 적용하고 있어 원유 구매와 제품 판매 간 시차에서 발생하는 '래깅 효과'도 실적 회복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래깅효과는 원유 수입에 평균 1~2개월의 시차가 발생하면서 유가 변동이 클수록 제품 판매 시 이익 변동폭도 커지는 구조를 의미한다.
정유사들이 보유한 자가발전 설비도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울산 온산공장 내 액화천연가스(LNG) 기반 자가발전소를 통해 전체 전력의 약 42%를 자체 조달하고 있고 GS칼텍스와 SK이노베이션 역시 열병합발전 설비를 운영 중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 현대E&F가 건설 중인 LNG 발전소 가동이 내년부터 본격화되면 전력 수요의 70% 이상을 자가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유가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글로벌 정유설비 순증설 규모는 하루 16만배럴에 그치나 OPEC+가 오는 3·4분기 중 하루 최대 120만배럴 규모의 증산을 예고한 만큼 공급과잉에 따른 유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난해 배럴당 80달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상승 폭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OPEC+가 올해 4월부터 18개월간 하루 220만배럴 증산을 예고했다"며 "실제 증산 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반등에 따른 실적 기대는 유효하지만 수요 회복이 제한적인 만큼 하반기까지는 보수적인 대응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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