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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의 실사구시] 증세, 방법과 시기가 중요하다

GDP대비 5∼6%↑필요
미래세대 채무전가 안돼
사회보장세 신설 검토를

[김용하의 실사구시] 증세, 방법과 시기가 중요하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신정부가 출범하면서 증세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2024년의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부담률은 17.7%이다. 2022년의 조세부담률 22.1% 대비 4.4%p 낮아졌다. 국민 입장에서 조세부담이 감소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정부 재정수지를 GDP 대비 -3.6% 적자 상태로 운영하여 미래세대에 국가채무를 전가하면서 조세부담률을 낮추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25.4%(2023년 기준)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다. 조세부담률에 사회보험료 부담을 합한 국민부담률도 OECD 평균은 33.8%인 데 비하여 우리나라는 26.8%로 낮아서 조세와 사회보험료 부담을 당장 올릴 여지가 있는 것처럼 주장되기도 한다. 지난 2014년부터 2023년까지의 국민부담률 변화를 보면 OECD 평균은 32.8%에서 33.8%로 1%p밖에 높아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22.3%에서 26.8%로 4.5%p 높아졌다. 중요한 것은 늘어난 국민 부담에 대하여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

조세와 사회보험료의 부담 수준의 적정성 여부는 단순히 절대적 부담률 격차만으로 비교할 수 없고, 국가의 대국민 서비스에 대한 국민 만족도에 따라서 상이할 수 있다. 국가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면 국민부담률이 더 높아져도 국민은 동의할 수 있다. 북유럽 국가의 국민부담률은 GDP 대비 50% 내외이지만 국민이 기꺼이 받아들이는 이유는 보육, 교육, 의료, 돌봄, 연금에 이르기까지 높은 복지를 향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국가도 최근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높은 복지수준을 유지하기 버거워하는 모습이 역력한 것도 생각해 볼 대목이다.

우리나라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율은 2024년 기준으로 15.5%로 추정되고, OECD 국가 평균인 21.1%(2022년)보다 낮다. 공공복지지출 수준 차이가 5.6%p인데도 불구하고 국민부담률 차이는 7.0%p 정도인 것은 우리나라의 높은 국방비 지출을 감안하면 비용부담 대비 복지지출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사회보장위원회의 사회보장비 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복지지출은 2065년에는 26.9%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보다 11.4%p가 높아진다는 것이고, 국민부담률도 이에 상응해 높아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복지는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을 중심으로 증가될 전망이고 향후 이들 제도에 의한 재정지출 상당은 사회보험료로 조달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3차 국민연금 개혁으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조치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것이고,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 보험료 부담도 국민연금 못지않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보험료는 국민부담이라는 점에서 조세와 궁극적인 차이는 없지만, 사회보험료는 구체적인 사회보험 서비스의 대가로 지불된다는 점에서 비용부담 측면에서 순응도가 조세보다 높다.

한편 조세 기반의 일반재정에 의한 재정지출 증가도 예상된다. 기초연금과 국민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출에 대한 의무적인 국가재정 부담이 지출 증가의 원인이다. 중장기적으로 이에 필요한 비용 조달을 위해서 GDP 대비 5∼6%의 단계적인 증세가 필요할 것이다.

증세의 필요성이 복지지출에 있는 만큼 사회보장세라는 새로운 세목 신설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개인소득, 법인소득, 부가가치, 재산 등 기존의 주요 세원 중 어디에 세금을 부과할 것인가는 형평성과 효율성을 저울질하여 국민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경제불황에서 당장에 증세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나, 중장기적 세출구조 변화에 조응하기 위한 종합계획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증세가 불가피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조건 반대하거나, 증세를 피하여 미래에 부담되는 국공채 발행이나 통화 증발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은 모두 무책임한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