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관세' 엎친데 '중동악재' 덮쳐
산업계, 운임 상승 등 예의주시
중동발 악재에 산업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당장 하반기부터 미국의 관세정책 충격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관세, 운임료 상승, 유가 상승 등 '삼중고'의 대외 악재가 한국 산업계를 향해 밀려오고 있다.
23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고 있는 우리 국적 선박은 총 32척이다. 대부분 원유운반선(VLCC)이며, HMM이 컨테이너 1개 노선(총 8척)을 운영 중이다. 현재 한국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 이란이 해협 봉쇄에 나설 시 해상 물류운송은 물론이고, 에너지 공급망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국제유가와 운임료는 이미 상승국면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의 중동노선 운임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기 시작한 지난 13일 1TEU당 2083달러에서 20일 2122달러로 39달러 상승했다.
해운업은 통상 전체 매출의 15% 안팎을 연료비로 지출한다. 컨테이너선에 주로 쓰는 하급 중유나 벙커C유는 연비도 나빠 일평균 100~200t을 소모한다. HMM의 지난해 연료비는 1조4420억원에 달한다. 단순 계산으로는 국제유가가 5% 오르면 721억원을 추가 지출해야 하는 셈이다.
항공업계도 비상이다. 유류비는 통상 항공사 영업비용의 25∼30%를 차지한다. 대한항공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씩 상승할 때마다 연간 3050만달러(약 443억672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항공사별로 유류할증료와 유류 헤지, 비축유 등으로 유가 급등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통상 유류할증료는 유가 변동에 한 달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현재처럼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7~8월쯤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전자업계 등 화주업계는 운임 인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은 물류비 상승 및 중동시장 수요 위축, 환율 급변동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하반기 경영전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확전되거나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중동지역 수요가 크게 위축될 수 있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동호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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