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모듈 전쟁 점화
LG이노텍, 美 로봇 업체에 공급
실질적 성과내며 내년 양산 준비
삼성전기, 광학설계 등 기술 개발
주요 거래선 협업으로 사업 확대
"2026년 4조7천억 시장으로 확장"
LG이노텍과 삼성전기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에 탑재될 카메라 모듈, 일명 '로봇 눈' 시장 선점 경쟁에 돌입했다. LG이노텍은 미국 로봇 스타트업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기로 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 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삼성전기 또한 기술 내재화와 응용처 다변화를 통해 로봇 카메라 모듈 시장 선점에 나설 방침이다. 향후 5년 내 시장이 급격히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양사 모두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미국 스타트업인 피규어AI에 휴머노이드 로봇용 카메라 모듈을 공급할 예정이다. 공급 물량 및 가격 등과 관련해 양사는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예측된다.
피규어AI는 지난 2022년 설립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업체로, 엔비디아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등이 투자한 기업이다. 테슬라와 보스턴 다이내믹스 출신 엔지니어들이 핵심 개발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앞서 문혁수 LG이노텍 대표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 당시 "내년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에 적용되는 (부품의) 양산을 준비하는 중이며, 조만간 유력 기업과의 구체적인 협력 소식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앞서 LG이노텍은 현대차그룹 로봇 전문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와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비전 센싱 시스템'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로봇용 부품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LG이노텍은 올해 1월 열린 CES 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에 등장한 14개 휴머노이드 업체 중 절반 이상과 협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의 경우, 차세대 플랫폼인 휴머노이드 분야에 대응하기 위해 광학설계, 정밀가공, 구동제어 기술을 활용한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시스템·인공지능(AI) 데이터 처리를 위한 패키지기판,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와 센싱을 위한 카메라모듈, 전원공급 및 구동기술을 적용한 액츄에이터 등의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특히 로봇의 눈이 될 카메라 모듈 부문에 대해 올해 1·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핵심부품 내재 역량 기반 소형, 슬림 기술을 활용해 로봇, 혼합현실(XR) 등 신규 응용처 진입을 추진 중"이라며 "주요 거래선들과 협업을 통해 사업 확대의 기회로 연계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삼성전기 측은 여러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와 접촉을 이어가고 있고, 삼성전자의 로봇 자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 등과 협력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처럼 부품 업계가 로봇용 카메라 모듈에 힘주는 이유는 해당 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로봇향 카메라 모듈 시장 규모는 오는 2026년 400억원에서 2029년 4조7000억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 리얼센스(RealSense)는 산업용 카메라 센서를 로봇에 적용한 바 있으며, 중국 AI 비전 전문 기업 오르벡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로봇 눈'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 사업이 정체가 이어지는 반면, 로봇용 카메라 모듈은 성장 가능성이 높다"며 "부품사들은 기술력과 공급 경험을 쌓아 글로벌 로봇 기업들의 공급망에 미리 진입할수록 향후 유리할 것"라고 전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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