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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의 반란' 마이크론 깜짝 호실적에…삼성·SK 긴장 모드

'3위의 반란' 마이크론 깜짝 호실적에…삼성·SK 긴장 모드
마이크론의 HBM4 36GB 12단 샘플 이미지. 마이크론 제공

[파이낸셜뉴스] 메모리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앞세워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마이크론이 올해 하반기 20% 이상의 HBM 시장 점유율을 달성하겠다고 자신한 만큼, 전체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메모리사와 격차가 좁혀질지 주목된다.

■HBM 매출 전분기比 50% 증가
26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이날 2025 회계연도 3분기(3∼5월) 실적발표를 통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7% 증가한 93억 달러(약 12조6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이 달성한 매출은 시장 전망치(88억 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특히 HBM 매출이 전 분기 대비 50%가량 늘어나며 D램 부문 매출은 70억7000만달러를 달성,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마이크론은 업계 1위인 SK하이닉스에 이어 두 번째로 엔비디아에 'HBM3E(5세대) 12단'을 공급하고 있고, 올해 상반기 대량 양산을 시작했다. 최근 미국 빅테크 AMD의 데이터센터용 AI 가속기 'MI350' 시리즈에 HBM3E 12단을 공급하기로 하는 등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HBM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마이크론은 실적발표에서 "올해 하반기에는 전체 D램 점유율 수준에 근접하는 HBM 점유율을 달성할 것"이라며 "현재 HBM3E 12단 수율 및 출하량 확대는 매우 순조로우며 4·4분기 중 (HBM3E가 HBM3 넘어서는) 출하량 크로스오버 예상한다"고 말했다.

당초 마이크론은 D램 점유율에 근접하는 HBM 점유율 달성 시점을 연말로 잡았으나 이번 실적발표에서 '하반기'로 정정했다. 이르면 이번 3·4분기(7∼9월) 중 목표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HBM 고전 면치 못하는 삼성에 위협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다른 메모리 업체보다 한 달 빨리 실적을 발표해 메모리 업계의 풍향계로 불린다. 마이크론이 호실적을 맞이하면서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2·4분기 실적 또한 긍정적일 것이란 관측이 따른다. 견조한 HBM 수요를 증명한 셈이기 때문이다.

다만 마이크론의 추격이 거센 만큼 국내 메모리사가 받는 압박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지난해 HBM 시장에서 메모리 3사 중 SK하이닉스(52.5%), 삼성전자(42.4%)에 이어 5.1%의 점유율로 높은 격차로 3위를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제품 출하를 확대해 올해 하반기에는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을 최대 25%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마이크론은 실적발표에서 "우리는 현재 그래픽처리장치(GPU) 및 주문형 반도체(ASIC) 기반 고객사 4곳에 HBM 대량 출하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마이크론이 HBM 점유율을 확대하게 되면 최근 D램 시장 2위로 물러난 삼성전자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 1·4분기 'HBM 1인자'인 SK하이닉스에 밀려 33년 만에 D램 1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도 엔비디아로부터 HBM3E 12단 개선제품 퀄(품질) 테스트를 받고 있지만, 최근 브로드컴에 HBM3E 8단도 납품하는 등 분위기 쇄신을 위해 총력을 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