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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많은 친구들이 와주길 바라며 게스트룸이 있는 집을 구했다"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66·끝> 한국으로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세계 많은 친구들이 와주길 바라며 게스트룸이 있는 집을 구했다"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66·끝> 한국으로
이탈리아 벨루노에서 독일 브레머하펜으로 가는 길. 사진=김태원(tan)

이탈리아 벨루노에서 독일 브레머하펜으로 가는 길. 오스트리아를 경유하는 15시간 거리(1200km)이다. 브레머하펜 항에 가서 까브리를 선사에 넘기고 혹 차량수속에 문제가 있을까봐 브레멘에서 4일 더 머물기로 했다. 그 후 브레멘 공항에서 터키항공 편으로 이스탄불을 경유하여 한국에 귀국할 예정이다.

차안의 짐을 싹 비우라는 선사의 지침 때문에 많이 고민했었는데 이탈리아나 독일에서 짐을 한국으로 부치는 것이 한국같지않게 과정도 복잡하고 비용도 만만치않아 웬만한 것은 스테파노네서 처리하고 나머지 중요한 짐은 귀국시 비행기탈때 캐리어 무게만큼 꽉꽉 채워 가져오고 나머지 짐들은 없어질 것을 각오하고 차에 그냥 두기로 했다.

대신 차량 바닥에 단단히 싸서 걸리적거리는 것은 보이지 않도록 했다. 만약 그래도 통관이나 선적에 문제가 생기면 그냥 버리라고 할 셈이었다.

차량을 배에 선적하기 위해 유럽 입국시 받은 까르네 서류(Carnet, 무관세 임시통관 증서)가 필요했는데 최초 유럽 입국한 헝가리 국경에서 그런게 필요한지, 아니 그런 것이 있는지조차 모르던 상태라서 발급받지를 못하고 그냥 지나쳤었다.

그래서 곤란해하던 중 탄이 어렵게 찾아낸 독일의 대행사가 서류발급 수수료 105유로를 받고 Export customs document를 만들어주어 선적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두 달 전부터 한국으로 돌아갈 방법을 알아보기 시작했었는데 선박을 찾고 여러 과정을 준비하는데 이제야 끝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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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머하펜 항구로 가는 길에 알프스를 넘는다. 사진=김태원(tan)

브레머하펜 항구로 가는 길에 알프스를 넘는다. 알프스는 동서로 800km 크기에 초승달 모양으로 너비가 200km이다. 독일, 프랑스, 스위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리히텐슈타인, 슬로베니아 총 여덟개 나라가 맞닿아있는 거대한 규모이다.

이탈리아에서 북쪽 알프스를 넘어 오스트리아로 가는 200km의 알프스 산맥구간을 달린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이지만 알프스의 경치는 시선을 사로잡는다. 따로 알프스를 구경하려고 드라이브 코스를 알아볼 필요가 없다. 어디를 가던 도로가 워낙 잘 되어있고 아름다운 자연과 그림같은 마을들이 계속해서 볼거리를 선사한다.

알프스를 지나 오스트리아로 넘어오니 하늘이 흐리다. 20년만에 온 오스트리아는 궂은 날씨로 기억될 듯 하다. 잠깐잠깐 휴식을 취하며 계속해서 북쪽으로 달려 해지기 전 독일까지 왔다. 하루만에 3개국을 지나는 거다. 알프스 산맥을 넘으니 고속주행이 가능한 아우토반이 나온다. 세달만에 다시 방문한 독일. 와본 곳이라고 반가운 기분이 든다.

독일 아우토반을 달리면 모든 차들이 정해진 차선에서 질서정연하게 달린다.

큰 트럭과 화물차는 맨 오른쪽에서, 중간 차선에는 일반 승용차들이, 그리고 1차로에는 추월하는 차들이 달린다. 위험하게 차선을 바꾸거나 특별히 느리거나 빠른 차가 없는 것이 좋아보이기는 했지만 이상하게도 웬지 마음 한켠에 편치 않은 마음이 드는 것은 내가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바로 지적이나 비난을 받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문화적인 차이가 이런게 아닌가 싶다.

너무 어두워지기전 고속도로 휴게소에 차박을 하기 위해 들어갔다. 역시 믿고 쉬는 독일 대형트럭 쉼터. 깨끗하게 잘 정돈된 쉼터 맨 안쪽에 까브리를 주차하고 내일을 위해 푹 쉬기로 했다. 무료 화장실도 있어 운이 좋다.

다음날 아침, 독일을 남에서 북으로 종단하는 날이다. 1년의 여행을 마무리짓는 드라이브라고 생각하니 시원섭섭 아쉬운 마음과 또 한편으로는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기쁨에 여러가지 생각과 감정들이 교차한다.

우선은 까브리를 한국으로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한 숙제다. 코로나 이전, 유럽에서 한국으로 차량을 보낸 정보들은 있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정보가 없어서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최종 결정된 것은 선적비용 3430유로(488만원)으로 출항 후 40일 뒤인 10월 6일 평택항에 도착한다고 한다. 배에 까브리와 함께 동승하는 것이 아니어서 여러가지가 염려되었지만 잘 되겠지 긍정의 마음으로 진행한다.

오늘은 독일 북부 하노버까지 약 8시간(600km)을 주행한다. 스페인에서 구입한 심카드로 포르투갈,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을 포함한 대부분의 유럽에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인터넷으로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는데 문제가 없다. 이제는 스마트기기와 인터넷 없는 여행은 상상하기 힘들다. 이동 중에도 인터넷 검색 및 이메일과 왓츠앱 사용이 가능하니 좋은 시대에 편하게 여행하는 복받은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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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토반에 있는 쉼터. 이곳에서 차박을 했다. 사진=김태원(tan)

오늘 밤도 아우토반에 있는 쉼터에서 보낸다. 우리 여행의 마지막 차박지이다. 비가 오지만 대형트럭들 사이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문제없다. 독일 마트에서 산 꼬치와 소세지로 소소한 저녁을 먹었다. 평범한 이 순간이 그리울 것 같다.

다음날 브레멘에 도착해서 예약한 숙소에 이른 체크인을 하고 비행기로 가져갈 짐들을 숙소에 두고 까브리와 브레머하펜으로 향한다. 바다가 나오고 저 멀리 차량 운송용 대형 선박이 보인다.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있는 항구. 이곳이 브레머하펜(Bremerhaven) - "브레멘의 항구"라는 뜻이다. 이메일로 알려준 표지판을 찾아 지정된 장소에 가서 작은 사무소의 사람에게 까브리를 맡겼다. 넓은 주차장 정해진 곳에 까브리를 주차해놓았다.

마지막으로 빠진 것이 없는지 이리저리 살펴보고 까브리에게 인사를 했다. "까브리 안녕! 두달 후 한국에서 보자~!" 항구에서 숙소까지는 택시를 타고 왔다.

다행히 숙소에서 머무는 나흘 동안 연락이 없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남은 음식들로 야무지게 식사를 만들어 먹으며 독일에서의 마지막 날들을 보냈다.

드디어 한국으로 떠나는 날. 공항에서 걸어서 15분정도 거리의 가까운 곳에 숙소를 얻었지만 전날 한번 둘이 공항까지 걸어가보니 인당 32kg의 짐을 가지고 가기는 쉬운 길이 아니어서 고민하다가 숙소주인께 부탁을 해서 시간맞춰 택시를 불렀다.

야무지게 싼 짐들을 숙소앞에 내리고 택시를 기다린다. 비도 조금 부슬부슬 내려 택시 부르기를 잘했다 싶었다. 곧 택시가 도착해서 친절한 기사님 덕분에 무사히 공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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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태원(tan)

일년만에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간다. 너무너무 기쁘다.

한국에 도착하니 모든 것이 낯익고 편안하다. 독일에서 열심히 인터넷으로 부동산을 알아보았지만 새로 살 집을 구하는 것은 아무래도 직접 보고 결정을 해야할 것 같아 몇가지 후보만 마련해놓았다. 우선 대전에 계시는 부모님을 뵙고 맡겨둔 차를 찾아 춘천으로 왔다.

하루 3만5천원짜리 모텔에서 묵으며 하루에 서너곳씩 집을 보러 다녔는데 한여름에 전세집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생각한 것보다 좀 크지만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아파트를 계약하고 일주일 후 모텔을 나와 새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 둘이 살기엔 많이 넓은 집이었지만 오랜 여행을 해보니 나그네들에 대한 마음이 커져서 방 한칸을 손님을 위한 곳으로 꾸며놓았다. 세계 곳곳에서 우리가 받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고싶어 낯선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는 일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이 곳이 전 세계 친구들의 편안한 휴식처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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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카우치서핑 첫 게스트는 베를린에서 온 부부였다. 사진=김태원(tan)


9월 중순 춘천역에 독일에서 온 커플이 내렸다. 카우치서핑으로 방문신청을 해서 초대를 한 것이다. 서울과 속초 중간에 위치한 춘천에 오고 싶었다고 한다.

우리의 첫 게스트는 베를린에서 온 친구들이다. 비슷한 시기에 신청을 해서 우리집에 재워주지는 못하지만 만난 미국친구와 함께 김유정역에 있는 레일바이크를 타러 함께 왔다. 안내원의 안전수칙을 통역해주고 세사람을 배웅했다. 밝은 얼굴로 즐거운 모습이었다.

한시간 반 정도 걸리는 춘천의 레일바이크는 내리막 구간이 많아 크게 힘들지 않고 중간중간 테마가 있는 터널들을 지나는 재미와 길가 풍경이 한국 시골을 볼 수 있는 좋은 액티비티이다. 중간에 강옆에 쉼터에 도착하면 내려서 잠시 풍경을 감상하다가 다시 예쁜 관광열차로 갈아타서 강촌까지 가고 강촌에서 관광버스로 출발한 김유정역으로 돌아오는 코스이다. 아이들도 어른도 어르신들도 누구나 좋아한다.

춘천에 왔으면 빠질 수 없는 먹거리 닭갈비를 먹으러 왔다. 닭갈비가 손님을 대접하는 메뉴로 좋은 것은 이슬람이건 기독교건 힌두교건 누구나 마음편히 먹을 수 있고 심하게 맵지 않아 다들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테이블 위 커다란 철판에서 눈앞에서 요리되는 닭갈비는 처음이지? 닭갈비와 볶음밥 모두 다들 맛있게 잘 먹어서 기뻤다. 외국 친구들이 볶음밥 누른 것을 긁어먹으려 애쓰는 모습에 웃음이 터진다.

저녁에는 독일 친구들과 집에서 배달음식을 시켜먹으며 한국어, 음식, 여행, 분단과 통일 등 여러가지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흘동안 함께 지내며 즐거운 추억을 만든 독일커플이 떠날때가 되었다. "독일에 올때 연락해요. 함께 판타지아 랜드에 가도 좋겠네요." 속초행 시외버스를 타러가는 그들을 터미널까지 바래다주었다.

"세계 많은 친구들이 와주길 바라며 게스트룸이 있는 집을 구했다"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66·끝> 한국으로
사진=김태원(tan)
까브리가 예정보다 열흘 일찍 도착했다. 대중교통으로 평택항까지 가서 까브리를 춘천으로 데려왔다. 걱정스런 마음으로 캐빈을 여니 매트리스며 모니터며 바닥 짐칸의 짐들 모두 그대로이다.

안도가 밀물처럼 밀려온다. 이제 이번 여행의 모든 것이 마무리가 되었다. 기나긴 여행동안 큰 사고없이 건강하게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어 너무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

"지금까지 까브리랑 함께 여행해주신 독자님 감사합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참 즐거웠고 타민족과 문화속에서 삶의 공통점을 발견하였습니다. 처음 본 우리를 환대해준 많은 나라의 많은 친구들께 감사하고 세상구경 실컷해서 추억거리를 한가득 만든 시로와 탄의 여행 이야기를 여기서 마칩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Ss-tFRIseI0?si=fdWcxP6uHPzJg_kX>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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