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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은행의 역할

[서초포럼]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은행의 역할
김민성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사업 중 하나인데, 주식시장에서 관련주들이 연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때마침 6월 17일(현지시간)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이 미국 상원을 통과하여 하원 심의와 대통령의 서명이 이루어지면 1~2년 내로 시행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제도정비를 서두를 모양새인데, 이는 우리나라의 금융과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라서 차분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으로, 국가가 독점적으로 발행하는 화폐의 대안이라 했지만 그 가치의 변동이 극심하여 결제수단으로 사용되기 어렵다. 스테이블코인은 그 가치를 법정화폐에 연동함으로써 이 약점을 보완하고 실제로 결제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직은 가상자산 거래에서 사용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대금결제나 송금에서도 점점 더 많이 사용되는 추세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어떤 이점이 있을까.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이미 현금과 함께 은행의 결제성 예금이 지급결제수단으로 편리하게 사용되고 있다. 계좌이체, 직불카드나 체크카드, 그리고 신용카드를 매개로 해서 말이다. 여기에 간편결제서비스가 결합되어 그 편의성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예금이 지급결제수단 기능을 수행하는 이면에는 거대하고 복잡한 지급결제시스템이 있는데, 사실 이 시스템의 유지에는 꽤 비용이 들고 그 비용은 결국 사용자에게 수수료 등의 형태로 전가된다. 예금을 통한 자금이체는 은행 간 청산이 필요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그러한 청산 과정 없이 자금이체가 가능하므로 더 적은 비용으로 지급결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프로그래밍을 통해 지급결제의 조건부 예약이나 자동화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국제 간 결제에서는 각국 은행을 경유하지 않아도 되기에 그 장점이 더욱 커진다. 우리나라와 거래가 있는 외국인에게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있을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성 예금의 대체재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급여와 기타 수입이 모두 스테이블코인으로 지급되고, 모든 결제가 스테이블코인으로 가능하다면 은행에 굳이 결제성 예금을 유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은행의 결제성 예금보다 더 높은 이자를 지급한다면 어떨까.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오프라인 지점을 보유할 필요가 없기에 운영비용이 매우 낮을 것이고, 따라서 국채와 같이 안전한 자산의 수익이 은행의 대출 수익보다 낮아도 은행의 결제성 예금보다 더 높은 이자를 지급하기에 충분한 이윤을 낼 수도 있다. 2025년 4월 말 기준으로 현금과 결제성 예금의 총액은 약 1270조원 규모인데, 같은 규모로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된다면 순수익률이 1%만 되어도 매년 12조7000억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은행은 대출을 통해 예금을 창출하고 자금중개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사실 은행의 지급결제 기능과 자금중개 기능 간에는 시너지가 존재한다. 지급결제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획득한 고객의 자금흐름에 대한 정보가 자금중개 기능을 수행할 때 고객의 신용도 평가에서 유용하다는 것이다.
단순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의 지급결제 업무에서의 경쟁력이 은행보다 월등하여 은행이 지급결제 업무로부터 분리된 자금중개 업무만 수행한다면 금융의 효율성이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관한 규제를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한 가지 요소는 은행이 단순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와 같은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적인 제도와 신기술 도입을 고려할 때 흔히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지만,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그것이 오히려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

김민성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